세상 거들떠보기

망초꽃 피는 유월에..

eunbee~ 2008. 6. 14. 18:54

 

올 해도 어김없이 망초꽃은 피었다.

해마다 유월이 오면, 온 강산은 망초꽃으로 뒤덮인다.

언제부턴가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내가 철이 나고부터 일테지.

저 꽃은 조국을 지키다 하늘로 간 호국영령들의 넋이

꽃이 되어 피어난 것이라고...

 

어린날의 기억속에는 없던 꽃.

철 들고부터, 권태롭게 내리쬐는 땡볕 아래서 논둑 밭둑 들판 산허리 무덤가...

가릴데 없이 천지에 흐드러진 하얀꽃들이 내 기억 속을 채웠다.

그 때부터 유월 산하를 덮은 저 꽃이, 6.25 전쟁 중에 초라한 비목 조차 세워 두지 못한

국군의 넋이, 꽃으로 피어난 것이라고 믿었다.

 

젊은 목숨을 바친 영혼은 하늘에서 울고

이 땅에 남아있는 가족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초봄  망초의 새 순을 잘라 나물로 먹으며 살아 왔겠지.

유월이 오면, 언제나 이런 생각으로 가슴이 아려오는 것은 나만의 슬픈 상념일까?

 

어제도 그제도

유월 밤 바람엔

촛불 타는 내음이 섞여, 아린 가슴을 더욱 매캐하게 만든다 .

우린 어이하여 유월이 오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마음 쓰린 일들이 생겨 날까...

다시 유월은 오고, 망초꽃은 강산을 뒤 덮는데

내가 만든 망초꽃의 전설을, 다시 쓸 사람도, 사건도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우리들의 유월이여

내 조국의 유월이여

자랑스런 역사를 쓸 수 있는 새로운 유월이 되어

내가, 망초꽃의 전설을 고쳐 쓸 수 있게 해 다오.

나의 망초꽃이 축복의 촛불로 밝혀지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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