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겨울이

eunbee~ 2009. 4. 10. 00:47

 

 

      오늘 내 며느님이

      휴대폰으로 찍어서 메일로 보내온, 겨울이 사진이예요.

      내 아드님 집에는 유러피언/언필칭 잡종/강아지 두마리가 있습니다.

      겨울이는 이제 열살이 됐구요.

      그 아들 여름이는 여덟살이예요.

      내 아드님이 결혼한 직후부터 한 가족으로 만난 강아지가 겨울이랍니다.

 

      겨울이가 이제는 넘넘 늙어서 /사람 나이로는 70이 넘었다네요/

      심장도 안좋구요.

      숨 쉴 때는 그렁그렁 쉰목소리로 호흡을 해요.

      오빠/내 아드님을 겨울이는 그렇게 불러요/따라서 파리 유학도 했구요.

      몽쁠리에에서도 살았구요.

      인도 벵갈로르 와이너리에서 공부도 했어요.

      비행기를 탈 때, 캐빈에 가두어 두어서 빠져 나오려고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앞니 하나가 빠져버렸어요.

      비행기 타는 것을 그처럼 싫어하건만,

      겨울이네 오빠는 툭하면 비행기 타고 다른나라로 가고

      갈 때마다 겨울이 여름이를 데리고 가요.

      겨울이 여름이를 고생시키지 않는다며, 이제는 승객좌석이 있는 칸에

      함께 데리고 탑니다.

       

      앞니가 빠진 곳으로 혀가 자주 나와있지요.

      애교를 부리느라 혀를 쏙 내밀고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데 이가 빠져버려서 그런것이고, 날이 갈수록 혀가 나와 있는 시간이 더 많아져요.

      그래서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지만, 마음이 많이 아프답니다.

 

      몇 년전에는 복부 부분에 초기암이 발견되어 수술도 했구요.

      다리가 많이 아파서 병원에도 자주 다녔어요.

      그럼에도 겨울이는 먹는 것만 달라고 졸라대지요.

      돼지예요.

 

      내가 아드님집에 가면, 겨울이는 항상 내곁에서 자요.

      아침엔 겨울이가 제손으로 내 손을 긁어서 잠을 깨웁니다.

      내가 이불속에서 일어나면, 겅중겅중 뱅글뱅글 좋아서 야단이예요.

      꼬기/맛있는 간식/를 주기 때문이지요.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겨울이를 보면

      늙음이 서글프고 가여워져요.

      그리고 함께 늙어간다는 동지애가 발동해서 더욱 연민이 깊어지지요.

 

      영리하고 예쁜 겨울이가

      우리랑 함께 오래오래 살았으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겨울이가 늙어가는 모습이 나를 자꾸만 눈물나게 만들어요.

      우리 겨울이가 오래오래 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부탁이예요.

 

      **유러피언 : 아들이 자기네 강아지가 무슨 種이냐고 누가 물으면

                        유러피언 이라고 말한다. 유럽인들은 거의 잡종이라서

                        계보가 뚜렷하지 않은 겨울이는 유럽인들처럼 그렇게 부른댄다. 하하하

                        어차피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잡종이 아닐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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