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고집이라...

eunbee~ 2008. 11. 20. 19:05

이 곳, 내 고향에서의 생활이 그럭저럭 3주가 지났다.

아니? 이제 겨우 3주? 석달도 더 된것 같구먼...

 

오늘 아침에 천천히 걸어서, 옛날 내가 학교다닐 때 걷던 길을 찾아서 걸었다.

'관아길'이라는 길 이름이 붙여진 그 옛길은, 옛날의 느낌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은행잎이 노오랗게 쌓여있는 골목들을 지나, 차없는 거리로 접어 들었다.

이름하야~ [젊음의 거리] 캬~

좁다란 길에 부띠끄들이 즐비하다.

영화관도 있다. 게임방도 있고... 먹자 골목도 있다.

 

쇼윈도우에 경쾌한 포즈로 서 있는 마네킹을 아래위로 훑어 내리다가

그 옷가게로 들어 섰다.

'고집' GoZip이라~

부띠끄의 상호도 맘에 들고, 디스플레이 해 놓은 솜씨와 색의 매치 또한 맘에 들어서

한번 들어 서 봤다.

"저~ 레깅스 있나요? 검은 색으로요."

"검은 색은 다 나갔구요. 이런 색이 있는데요?"

멋쟁이 아가씨가 푸른톤의 레깅스를 내어 놓는다. 밀키블루~ 그것도 진jean 바지.

검은 색보다 훨씬 맘에 든다.

입어 보니, 10년 아니 20년의 세월을 확 분질러 버린 것같다.

'우와~'

속으로 자화자찬 탄성을 몰래~~ㅋㅋㅋ

"이 걸루 주세요.  그냥 입은채로 갈게요."

콧바람 튕기며 부띠끄를 나섰다.

 

헐렁한 바지를 벗어 던지고, 우리아부지가 말씀하시던 홀테바지, 내동생이 말하던 쫄바지를

용감하게? 입고 [젊음의 거리]를 자신감 넘치게 걸었다.

얼마쯤을 걷다가 뛰~웅~ 머리를 스치는 고집!!

레깅스에 leg warmer를 즐겨 두르고 다니던 내 예전의 모습이 반짝!! 떠 오른다.

다시 되돌아서 '고집'으로 들어 섰다.

"저~ leg warmer가 푸른 계통으로 있나요?"

"워머는 회색 갈색 검정색만 나오는데요, 지금은 짙은 회색만 있어요."

부르는 값의 반값으로 깎아서, 그 워머를 발목에 두르고 다시 길을 나선다.

이 나이에~ 고집스럽게도,  내 한창나이 적, 티나터너 머리 휘날리며 어깨펴고 엉덩이 흔들고 다니던

그 때와 조금도 다름없는 폼으로 내 자신감을 고집하며 'GoZip'에서 스타일 바꾸고,

푸른색 레깅스에 진회색 워머를 하고, 예전 내 걸음새 그대로 엉덩이를 좌우로 실룩대며,

걸어 본다. 우하하하하~ 기분 짱!!!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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