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사랑이가...

eunbee~ 2008. 11. 16. 19:37

서산으로 해가 진다.

붉은 해가 투명한 오랜지빛으로 산을 넘는다.

호수 건너편 먼 동네에서는 보석같이 반짝이는 불빛이

싸늘한 늦가을 한기에 젖어 더욱 냉냉한 푸른빛이다.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차다는 느낌으로 스며드는 저녁이다.

 

과수원 높은 언덕에 서서

'사랑이'의 흔적을 찾는다.

어제부터 보이지 않는 사랑이를 오늘도 온 과수원을 돌며

사랑아 사랑아 부르며 찾다가

높은 곳에 서 있으면 나를 보고 달려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언덕에 서서 기다린다.

 

해가 지고, 능선위로 붉게 물들었던 황혼도 잠시...

사위가 어두워온다.

아직도 사랑이의 기척은 없는데....

불길한 생각에 자리를 뜰 수가 없다.

며칠째 비실비실 잘 먹지도 않고 졸고 있던 사랑이가

혹시라도 죽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후회가 몰려 오기도 한다.

병원엘 데리고 갈걸...

 

 

 

서녘 하늘에 별이 반짝인다.

황혼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11월 중순의 저녁 어스름은 빨리도 깃든다.

짧은 노을처럼 사랑이의 生도 그렇게 짧으면 어쩌나 하는 방정맞은 생각을

애써 지워 본다.

해 저문 과수원의 언덕엔 바람이 싸늘하게 불고

사랑이를 찾지 못한 내 마음엔 무거운 어둠이 내려 앉는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서 불러 주려고 간 날, 어제부터

사랑이가 보이지 않았다.

자기 이름이 '사랑이'라는 걸 알고나 있을까?

바람이 찬데, 어딜 간걸까...

콩이가 혼자서 깨갱거리며 다닌다.

'콩이야, 사랑이 좀 찾아 와~.' 

간절한 마음에, 한배에 태어난 강아지에게  신신당부를 해 본다.

오늘도 사랑이를 찾을 수 없다는 걱정 때문에

발길을 쉬이 돌릴 수 없어, 먼 동네의 불빛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과수원 언덕에서 내려왔다.

사랑이가 찬바람과 밤이슬을 피해서 따숩게 잘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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