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새옹지마/권오범
방충망 구멍마저 버젓이
날아서 무상왕래하는
담배씨만도 못한
저 날것 이름이 도대체 무엇인지
창 너머 구름에 엎질러진 노을 속으로
술잔 들고 들어가
댕댕이덩굴 같은 인생길 더듬다 보니
딱 쉼표 만한 것이 술 훔쳐 먹다 취했는지
손등에서 비틀비틀 놀고 자빠졌다
아, 나도 모르는 사이 어느 교차로에서
끗발 좋은 벗바리 놓친 채
뒤안길로 들어섰던 건 아니었을까,
가령, 저 미물처럼 술 때문에 어긋난, 그런
어린 것이 만취해 삭신이 노그라지는지
손등 탈출하려다 신문지 글씨 끝으로 추락해
쉼표처럼 은신한 채 쉬고 있는 약삭빠른 것
하필, 중지 지문에 눌려 죽을 줄은 몰랐으리라.
****
내가 좋아하는 댕댕이덩굴
가을날 들녘이나 낮은 산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詩的인 나무.
'댕댕이덩굴 같은 인생길'이란 정겨운 표현도 좋지만
'중지에 눌려 죽은 약삭빠른 미물'은,
광활한 우주속에서의 하잘것없는 인간의 위치인 듯 하여
짠한 뒷맛을 준다.
어쩌면 해학같기도 한 이 詩속엔, 어제 오늘의 우리네 삶이 숨어있는건 아닌지...
십일월 삼일도 이렇게 간다.
그래도 이 늦은 밤, 시 한수 읽을 수 있음이 얼마나 축복인가!!!
캬~~~ 마시지도 않은 술에 취해 본다.
캬~~ ^0^
그나저나 우리 큰따님에게선 어인일로 메일이 안오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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