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2008.10.23 풍경

eunbee~ 2008. 10. 23. 14:40

 

 

   가을 가뭄이 심하더니  어제부터 비가 옵니다.

   강마을 풍경이 한결 더 포근해 보입니다.

   어느새 정원의 나무들이 붉은 색으로 변했네요.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나무들이 이렇게 변하도록 나는 한눈을 팔고 다녔나봅니다.

   내 창가에 서서 아래 잔디밭을 내려다 보니, 잔디의 색깔도 노랗게 변해 아주 예쁩니다.

   계절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와, 강마을에 사는 우리를 마음 들뜨게 만듭니다.

   오늘은 두물머리에도 나가 봐야 겠습니다.

   혹여 사진 전시회라도 열리지 않았을까..기대 되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두고 떠나려하니, 참으로 섭섭합니다.

   맘이 이럴줄 알았더라면, 오래오래 이 집을 지키고 살걸 그랬습니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변하는 맘이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덜컥 이사를 가기로 결정을 하고 보니

   떠나는 발걸음이 아쉬움으로 가득하여 무겁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모여 앉아, 고기굽고 술잔 나누던 나무밑이 그리워 지겠지요.

   다시 돌아 오도록 맘을 가져 보렵니다.

 

 

 

  이른 아침에 은행나무 아래에서 서너개의 은행을 주워

  생으로 먹습니다.

  비릿한 은행맛이 정말 좋습니다.

  목에 좋다고, 시골학교에 있을 때 옆반 선생님이 가르쳐 준 뒤로, 가을날 은행나무 아래에 갈 때마다

  두어개씩 주워서 먹었답니다. 그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올 가을엔 아침에 나가서 몇 십 알씩 때로는 백 여개씩 주워 왔지요.

  밥할 때도 넣고, 이런저런 요리할 때 넣어 먹으니, 정말 재미있더군요.

  은행나무에게도 인사를 해야 겠어요. 고마웠다고.... 잘 자라라고....

  그리고 이집이 팔리지 않으면 다시 만날 수도 있을거라고... 미련섞인 인사도 곁들입니다. 

  나무가 좋아 나무라는 이름으로 살면서도, 나는 자꾸만 이렇게 어디론가 떠나갑니다.

  성격이 팔자라더니, 나의 역마살이 내 팔자고, 내 꿈이 내 팔자를 만듭니다.

 

 

 

  이제 인사를 하겠습니다.

  고운 단풍잎에 고마운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사나흘 후엔, KT가 연결해 주던 인터넷이 끊깁니다.

  다시 아름다운 곳에 가서 내 둥지를 틀고, 내 맘을 부려 놓을 때까지

  블로그에 들러서 부끄러운 글을 읽어 주던, 친지 친구 가족...그리고 얼굴 모르는 블로그손님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은비 오두막이 제 모습을 갖추면, 강마을 소식처럼 다시 소식 드릴게요.

  넓은 세상을 바람처럼 다니고 싶은 역마살 팔자가 참 좋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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