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연분홍빛 지평선

eunbee~ 2008. 7. 31. 13:46

터키 Turkey...

이스탄불의 모스크들.

건조한 대기를 가르며 쭉쭉 뻗어 신의 계시인양

서 있는 미나레minaret..

새벽 잠을 깨우는 앵앵 거리는 아잔adhan 소리들...

 

카파도키아의 야릇한 돌모양새

먼지와 뜨거운 태양과,

지하 20층의 놀라운 삶의 흔적들...

 

말라서 허연 살을 드러내고 누워있는 파묵칼레...

 

애들 장난감처럼 볼 품없고

품위도 자존심도 전혀 없어 보이는

신화와 역사를 비웃는, 나그네의 상상력을 조롱하는 

트로이의 목마...

 

땅끝 마을 답게 낭만을 곳곳에 숨겨 두고,

술취한 여행자와 집잃은 고양이를 포근히 보듬는

작은 마을 까쉬.

부겐벨리아가 취하도록 흐드러져 있는 부둣가 작은 까페에

우리의 낭만을 잠시 맡겨 두고

동네 한바퀴를 돌면 금새 나타나는 조금전에 본 그 좁은 골목...작은 마을...까쉬!

 

앙카라..콘야...안탈랴...올림포스..에페소...아이발륵...트로이...

돌고 돌아도

내게 가장 인상적인 곳은

소금호수~ .  지명도 기억 나지 않는, 스쳐지나치듯 잠시 들렀던 곳.

 

분홍빛 지평선이 아스라이

현세의 풍경이 아닌 듯 펼쳐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 소금 호수.

향기로운 여인과, 바람과, 굴러가는 모자가 까무룩 넘어가도록 웃겨주던

바다처럼 넓디 넓은 소금 바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바라보면,

가도가도 끝이 나지 않고 아직도 이어져 있는, 

바다만큼  넓고 강보다 길어 보이는 소금호수..

그것이 정말 호수 일까?

바닥은 소금이 모래처럼 깔려 흰빛으로 반짝이고

하늘과 소금벌판이 맞닿은 곳은 분홍빛과 연보라빛 안개가 서려

몽환적인 지평선을 빚어내는 곳.

연분홍 신기루가 맴돌고 있는 곳.

그 곳이 나에겐 잊혀지지 않는 터키 여행의 기억이다.

 

함께 길 떠난 푸른향기의 여인이 늘 가까이 있어 행복하고,

그 길에서 만난 사람이 때때로 보고 싶기도 하며

까쉬의 선술집과

파묵깔레의 따끈한 진흙을 바른 나신으로 바라보던 별이 그리워 지기도 한다.

 

별밤... 모래밭에 누워 별을 헤던 그 지중해의 바닷가는 어디였던가...

그 여름..뽀얀 먼지로 서걱대고

작열하는 태양으로 숨막히던 터키가, 이 한여름에 다시 그리워 진다.

 

 

 

 

우리집 현관에 달아 둔 행운의 부적 nazar boncu는 오늘도 우리의 안녕을 지켜주고...

현관을 드나들 때면  '행운의 눈nazar boncu'을 마주치게 되어,  

타국에서 젊은 목숨을 거둔 터키병사들의 슬픈 歷史를 기억하게 된다.

한국전쟁 때, 20세 전후의 젊은 터키 병사들은 우리 국토를 지키고자 목숨을 바쳤다.

앙카라에 있는 충혼탑? 방문록에 써 둔 내 감사의 글귀를 잊지 않으며....

오늘도 터키의 작열하는 태양과 정 많은 그곳 사람들을 생각한다.

 

'길 위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함께 떠나는 여행 1  (0) 2008.08.21
자작나무 숲을 지나서  (0) 2008.08.03
Bergen  (0) 2008.07.24
Sogne Fjord  (0) 2008.07.24
여행의 추억  (0) 2008.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