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새벽 안개

eunbee~ 2008. 7. 28. 19:26

 

지난 밤..

천지 분간이 어렵도록 안개가 온 천지를 휩싸 안았어요.

강건너 불빛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다리 위의 가로등만이 연보랏빛 농무濃霧를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니 일곱시...

안개는 수면에 맞닿아, 강물을 밀키워터로 만들어 놓았어요.

물안개의 승천은 막을 내렸네요.

회색빛 산그림자가 몽롱한 꿈처럼 아른댑니다.

참 신기하고 아름답습니다.

담채색의 깊이는 고혹적이어요.

 

 

좀더 멀리로 보이는 물안개가....

지난 밤 못다 꾼 꿈을 감싸 안고, 오랜 입맞춤을 나눕니다.

 

 

강물 밖은 이승 같고

강물 속은 전생 같아요.

 

 

강기슭 정원으로 내려 섰더니

전생은 뵈질 않네요.

이렇게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모두 하나지요.

우리네 인생이 그런거랍니다.

 

 강물은 제 몸을 안개로 만들고....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것이나 매한가지.

이승과 저승

전생과 다음생...

모두 하나이지만,

그래도 살아 있다는 건, 축복이지요.

 

안개 낀 새벽 강 적요 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 웃고 있는 꽃보다,

때때로 막다른 길에서 울고 서 있을지라도

이승을 살고 있는 인생이 더 큰 축복이랍니다.

 

나는 오늘도,

이른 아침 강가에 서서 웃고 있는 도라지꽃보다

더 환하게 웃고 살래요.

 

-안개가 넘넘 많이 끼었던 밤을 보낸 아침. 2008.7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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