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해 동안 우리와 함께 지내온 선인장이 이틀 전에 꽃을 피웠습니다.
우리에게 온 이후 처음으로 피어 난 꽃입니다.
살뜰한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베란다 구석에서 이리저리 뒹굴며 죽지 못해 살아 오더니
보란 듯이 붉은 꽃 한 송이를 피워 올렸습니다.
귀할 것도 없고, 예쁠 것도 없어서 잦은 눈길도 받지 못한 작고 보잘 것없는 쬐끄만 선인장.
며칠 전부터 봉오리를 키우더니, 그제는 꽃봉오리를 살짝 열었습니다.
'어머나~ 예뻐라.'
반가움에 탄성이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생각하니, 미안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 세월 동안, 나는 이 선인장에게 얼만큼의 관심과 사랑을 주었던가.. 반성합니다.
선인장이니까, 물을 안줘도 관심을 안가져도 잘 살겠지 하며 무관심 했던 내게
말없이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고, 푸대접의 시간들을 참아내며,
이렇게 예쁜 꽃을 피워 기쁜 선물로 안겨 왔습니다.
이 작은 선인장이 나에게 가르침을 줍니다.
작고 못생겼다고 홀대를 받아 왔지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목마름의 어려움을 견디고, 천대의 시간들을 참아 내며, 끝내는 자기의 숨겨 두었던 아름다움으로
나를 깨우치게 합니다.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수 년동안 차근차근 준비해온 제 안의 모든 것을 쏟아내어
한송이 붉은 꽃을 피워 올리고, 자신의 어제들을 환희로 승화 시킬 줄 아는 이 선인장에게서,
겸손함과 인내를 배웁니다.
이 작은 꽃은 해가 나면 꽃봉오리를 활짝 열어 두었다가
해가 지면 살그머니 닫습니다.
붉은 꽃잎 속에 박힌 노란 꽃술을 보려면, 다음 날 햇볕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오래오래 기다려 피운 꽃이라, 함부로 내두르지 않는가 봅니다.
작고 가시 돋힌 못 생긴 선인장이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의 자존심을 보여 주려는 듯 합니다.
다섯 해 동안이나 함께 해 온 선인장에 대한 속죄와, 때 늦은 예의로
꽃을 둘만한 위치 중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선인장 꽃을 두기로 했습니다.
변명치고는 참으로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