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맑은 아침

eunbee~ 2008. 6. 15. 09:27

간 밤, 자다가 깨어보니 강건너 불빛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다.

가로등불의 크기도 두서너배나 더 커 보였다.

날씨가 맑으려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며칠 동안 흐릿한 회색빛 속에 싸여있던 하늘과 강이 맑다.

하늘만큼이나 강물도 푸르고 맑아졌다.

강건너 먼 산 등성이에는 밤꽃이 만개하여, 몽실몽실한 흰무리들이 

초록을 베고 누운 흰구름 같다.

가까운 숲은 노오란 빛깔을 띄는 밤꽃들이 쏟아 붓듯이 향기를 날려보내

강마을 사람들은 어지러울 지경으로 취해 버렸다.

 

아침 내내 종종거리며 베란다를 들락거리는 여름이는

머리를 치켜들고 우~ 소리를 내며 운다.

언제나 말이 없고 행동이 조용한 여름이가 오늘 아침에 웬일일까?

베란다에 나가, 강물을 보고, 먼 산을 보고, 기차 소리와 새들의 노래소리 듣는 일을

즐기더니, 이 아침 밤꽃 향기가 우리 여름이를 흔들어 놓았나보다.

늑대들이 달을 보고 짖듯이, 우~우~ 작은 소리로 자꾸만 운다.

무엇이 우리 얌전이 여름이를 달밤의 늑대 울음을 닮게 했을까.

맑은 아침, 강바람에 실려 오는 짙은 밤꽃 향기가 강아지도 사람도 모두 들뜨게 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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