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비오는 수요일에

eunbee~ 2008. 5. 28. 13:45

기다리던 비가 내립니다.

올 봄엔 왜 그리도 비가 기다려지는지...

천둥번개가 동반되는 비라고 했는데,

어제밤 잠도 안자고 기다렸건만, 천둥번개는 오지 않았습니다.

어릴 적엔 그렇게도 무섭던 천둥 번개가

나이가 드니, 참으로 좋아졌습니다.

갑갑한 마음 한 구석의 응어리를 화악~ 씻어 가는 듯하여, 통쾌함마져 느낍니다.

이것도 가벼운 정신병이 아닐런지요? ㅋ

 

새벽녘에 잠이 들어

주룩주룩 내렸을 빗소리를 듣지 못하고 아침을 맞았습니다.

강마을엔 비 듣는 소리가 여간해선 잘 들리지 않습니다.

강물에 내리는 비는, 그냥 조용히 섞여 버릴 뿐이니까요.

막내올케님이 비오는 날 아침 낭만을 커피잔에 띄워 보내왔습니다.

강물에 비가 내려 튀기는 물방울은 빗물일까 강물일까.. 멋진 의문입니다.

나는 그냥 '허망'이라 하자 했습니다.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비오는 날엔 밖을 쏘 다녀야 합니다.

강물 위에 내리는 허망스런 비를 바라보며, 진한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답니다.

두물머리에 내리는 비도 정다웠습니다.

연줄기들이 무성하게 자라있을 줄 알았는데, 내 예상은 전혀 어림도 없습니다.

이제서야 겨우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연잎들이

하이얗게 맑은 물방울들을 이고, 귀엽게 웃습니다.

김창렬의 물방울 만큼이나 맑고 투명한 구슬들이 오롱조롱 연잎 위를 구르고 있습니다.

유월이면 연꽃이 핀다더니, 겨우 못자리 해 놓은 것 같은 연들은

언제쯤 그 꽃을 피우려는지 까마득 합니다.

 

석창원에 있는 수련은 꽃을 피웠습니다.

볼그스럼한 작고 예쁜 꽃을 서너개 피워 올렸습니다.

온실에서 자란 꽃들은 철을 몰라서 그닥 반갑지않습니다.

성형 수술 받은 미인처럼, 믿음이 없고, 귀하지가 않습니다.

요 심사도 조금은 비뚤어진 심사가 아닐런지요.호호

한바퀴 휘 돌고 나오는 내게 석창원 지킴이 아짐이 오늘은 왜 그리 빨리 나가느냐고 말합니다.

비가 오니까 밖이 더 좋다고 했습니다.

연잎에 구르는 물방울들이 참 앙증맞다는 생각을 하며

이렇게 맨날맨날 비가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철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철모르고 피는 꽃이나, 철없이 사는 나나, 철 나기는 애저녁에 그른 듯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비 내리는 강물을 바라봅니다.

강건너 운길산 자락에 숨어있는 안개 구름을 바라봅니다.

한번도 들어 본 적 없는 수종사의 종소리가 오늘따라 궁금해집니다.

이렇게 비오는 날, 한번쯤 뎅그렁~ 울려 주지.

 

하얀 새가 안개비 속을 날아 갑니다. 백로인가 봅니다.

뻐꾸기 두마리가 낮게 날아가며, 뻐꾹 뻐꾹 웁니다.

뻐꾸기는 날아 가면서 우네요.   ???

남의 둥지에서 자라는 새끼에게서 전갈이 온건가요?

올 봄들어 처음 듣는 뻐꾸기 소리입니다. 우는 소리가 없었다면 뻐꾸기인줄도 몰랐을겁니다.

심술궂은 까치는, 소나무 위 제집에서 시끄럽게 소란을 피웁니다.

비 오는 수요일에, 나처럼 모두가 밖으로 나와서 쏘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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