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도 어김없이 망초꽃은 피었다.
해마다 유월이 오면, 온 강산은 망초꽃으로 뒤덮인다.
언제부턴가 나는 생각했다. 아마도 내가 철이 나고부터 일테지.
저 꽃은 조국을 지키다 하늘로 간 호국영령들의 넋이
꽃이 되어 피어난 것이라고...
어린날의 기억속에는 없던 꽃.
철 들고부터, 권태롭게 내리쬐는 땡볕 아래서 논둑 밭둑 들판 산허리 무덤가...
가릴데 없이 천지에 흐드러진 하얀꽃들이 내 기억 속을 채웠다.
그 때부터 유월 산하를 덮은 저 꽃이, 6.25 전쟁 중에 초라한 비목 조차 세워 두지 못한
국군의 넋이, 꽃으로 피어난 것이라고 믿었다.
젊은 목숨을 바친 영혼은 하늘에서 울고
이 땅에 남아있는 가족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초봄 망초의 새 순을 잘라 나물로 먹으며 살아 왔겠지.
유월이 오면, 언제나 이런 생각으로 가슴이 아려오는 것은 나만의 슬픈 상념일까?
어제도 그제도
유월 밤 바람엔
촛불 타는 내음이 섞여, 아린 가슴을 더욱 매캐하게 만든다 .
우린 어이하여 유월이 오면 이렇게도 저렇게도 마음 쓰린 일들이 생겨 날까...
다시 유월은 오고, 망초꽃은 강산을 뒤 덮는데
내가 만든 망초꽃의 전설을, 다시 쓸 사람도, 사건도 도무지 찾을 길이 없다.
우리들의 유월이여
내 조국의 유월이여
자랑스런 역사를 쓸 수 있는 새로운 유월이 되어
내가, 망초꽃의 전설을 고쳐 쓸 수 있게 해 다오.
나의 망초꽃이 축복의 촛불로 밝혀지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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