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나비가 되어

eunbee~ 2008. 5. 20. 19:07

 

엄마~

내가 엄마랑 함께 살던 집 마당엔

꽃밭이 있었지.

언니는 비오는 날이면

온 동네를 다니며 꽃모종을 가져와 꽃밭에 심었지.

우리집 꽃밭엔 온갗 꽃들이 피었어.

백일홍도 피어나고.. 나비도 왔지.

그때가 너무너무 그리워. 엄마~

육이오 사변, 여름 피난 갔다가 돌아오니

그때도 꽃밭 가득 피어있는 꽃들이 우릴 반겼어.

내 나이 일곱살 적 일인데, 지금도 그 꽃들이 내 눈에 화안해.

엄마도 그럴거야.

 

내일, 모레, 글피는 아버지 기일이야.

엄마 알고 있지?

내가 엄마 아부지 계신 언덕에 갈게. 기다려.

아부지 손 꼭 잡고 기다려.

생전엔 아부지 손 꼭잡은거 못봤어.

아부지 무덤에 혼자 찾아가서 그렇게 울었으면서...

 

엄마가 그 곳으로 떠나기 일주일 전에 내가 한말 다시 할게.

'엄마, 내가 속썩인거 다 용서해. 살아 오는 동안 맘 아프게 해서 미안해.'

엄마는 내게 말했지. 힘없는 소리로.

'괜찮아,'

그런데 엄마, 난 자꾸만 안 괜찮네. 세월이 갈수록...

 

 

엄마~

그 먼 곳에서

아부지랑 이렇게 재밌게 살어.

이 나비들처럼 이렇게.. 꼬옥~ 꼭이야.

그리고 매일 나 보고 있지?

저녁엔 내 곁에 내려와 나 지켜주고 있지?

고마워.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그런데 왜 요즘엔 내 옆에 와서 안 자?

오늘도 기다리고 있을게. 꿈속으로 꼭와.

언젠가 처럼 내 이불 속을 가만히 들추고 들어와서 자.

꼭이야.

 

 

'맹그로브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  (0) 2008.05.29
다슬기국  (0) 2008.05.23
편지  (0) 2008.05.07
송홧가루 날리는 아침  (0) 2008.05.05
꽃 편지 2  (0) 2008.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