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됐어도 좀처럼 물러서지 않던 더위가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삽시간에 사라지고, 쌀랑한 기운을 넘어 한기까지 가져오는 기온은 갑자기 가을을 천지사방 뚝 떨어트려 놓은 듯, 달리 말하자면 가을이 막무가내로 내달려 와 준비 안된 나를 당황케 하려고 작정한 것 같은 요즘 날씨, 놀랍다. 양말을 챙겨 신고 따뜻한 판초를 두르고 베란다에 앉아 먼산빛 감상하다가 책 읽다가... 따끈한 커피로 목 축이며 가을에 젖는다. 編譯 하신, 辛虎雄 교수님께 선물로 받은 지 수삼년 된 '백범일지'는 엊그제서야 읽다가 펴둔 채 오늘은 10년 전에 읽은 '박경리유고시집'을 펼쳤다. 그분 작고하신 연세와 내 나이 가까워진 지금 다시 읽는 소감은 어떨지 궁금해서 굳이 다시 읽으려는 맘으로. 그러나 그냥 시큰둥. 처음 읽던 그때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