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세월 즐기기

eunbee~ 2007. 9. 1. 05:00

 너무 이른 가을

시들기 시작한 이파리들의 냄새가 벌써 싸하니 난다.

곡식밭은 비었고 전망도 없다.

우리는 안다. 다음번 폭풍이 지나가면

이 지친 여름의 정강이가 꺾일 것임을.

금잔화 껍질이 버석거린다.

갑자기 우리에겐 그 모든것이 먼 전설처럼 보이리.

오늘 우리가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 꽃 하나하나가 길을 잃는다.

                              ---헤르만 헤세---

  

 

나는 그림 구경하기를 무척 좋아한다. 세상의 이렇다 할 미술관은 거의 다 돌며 구경을 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들을 주체하지 못할 시절이 되어,  그림 공부를 해 보고 싶어졌다.

올 연초의 넉달 동안을 일주일에 한번씩 화실에 나가 수채화를 배웠는데, 그것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잘 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한 수 위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그림이야 되건말건 즐겁게 그렸다.

꽃을 그리고 있는 동안엔 시간이란게 쏜살같이 지나 가기도 했다.

나를 가르치는 그림선생은 가르치는게 아니라 그냥 우리들이 알아서 눈치껏 그리게 하였다.

'고수'들의 교수법은 그런가보다. 그나저나 난 넉달을 배우다가 여행 한다는 핑계로 그나마 지금은 쉬고 있다. 다시 해야 하는데....

남에게 보이기엔 참 부끄러운 습작품이지만,  그래도 내가  하고 싶던 그림 그리기를 생전 처음 한 것이기에 간직하고 싶다.

앞으로 나는 '행복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할 수 있겠지?

 

 오렌지 한개를 그리다가 망쳐서 못생긴 석류가 되었다.ㅋㅋㅋ

 

그림 공부를 시작한지 석달이 되었을 즈음, 나는 야망?을 품었다.

연꽃이 많은 동네에서 사는 우리 며느님에게 선물할 "명작을 하나 그리자." !!!!   

연꽃 그림 사진을 하나 구해서 모작을 시작했다.

저녁 일곱시에 앉은 것이 허리를 펴고 보니 새벽 네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와-- 삼매란 이거구나.

그런데도 완성이 되지않은 그림이었다.

몇번을 더 손질해서 내딴에는 끝냈다고는 했지만 웬지 부끄러운 작품이라 아직도 선물하지 못하고 있다.

생전 처음 삼매에 들며 그린 정성스런 것이긴 한데....

 

 

 

꽃들에겐 생기가 없다.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흉내낼 수 있는 경지는 언제 올까......

단지 흉내 말이다.

 

 

 

 

    

스트라스부르에서 미술을 전공한 내 작은따님이 칭찬해 준 그림. ㅎㅎ

 

 

 

 

 서른다섯인 내아드님이 열다섯 중학생때 찍은 사진을 보고 그렸다.

사랑하는 내 엄마는 10년 전 우리곁을 떠나셨다.

다시한번 울엄마와 살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다면..... 어머니! 뼈에 사무치는 그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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