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세월 잡아두기

eunbee~ 2007. 9. 3. 09:40

  이번 주는 US오픈테니스 경기 중계방송을 보느라 밤잠을 설친다.

라켓을 들고 코트에서 직접 뛰는것도 신나는 일이지만, 좋은 경기를 관전하는 것 또한 그에 못지않는

커다란 즐거움이다. 영화가 나를 포근히 이슬비에 적시워 한동안 그 빗속에서 헤매이게 한다면,

테니스 경기 관전은 내 마음에 풍선을 하나 넣고 산들 바람을 타고 떠 오르는 행복감과

가슴 콩닥이는  가벼운 흥분에 휘감기게 만들어 준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KALCUP테니스 대회가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열릴 때부터 올림픽 경기장엘 갔다.

경기장에 가서 파란 잔디 위에 주차를 해 두면 내차도 행복해 하는 것같아  내가 더 행복했었다.

일년 365일 시맨트 바닥위에 서 있어야만 하는 내 차가  푸른 잔디위에 서있으니 얼마나 좋아할까..해서.

KALCUP대회가 중단되고서 내가 얼마나 상심을 했던지... 아마도 조중훈 사장님만큼이나 아쉬웠을거다.

 

  그래도 올림픽 테니스 코트를 생각하면 가슴 설레이고, 또다시 내 마음은 산들바람을 탄 풍선이된다.

기억도 다 못하는 그 많은 선수들의 게임을 볼 수 있었으니 얼마나 좋았던가.

보리스 베커, 아거시, 미르자, 힝기스, 사라포바, 윌리엄스,페더러, 나달, 이형택, 전미라, 조윤정 또...

그 많은 선수들.

얼마나 열띤 행복에 젖을 수 있게 해 주었던 경기들이었나.

 

  우리의 코트에 와서 사랑을 받던 마리아 사라포바는, 2007 US오픈에서 푸른 코트위의 붉은 장미처럼

아름답더니, 벌써 탈락하는 이변을 보였다. 지난 6월 프랑스 오픈에서는 Semi Final에서 세르비아 선수에게 패하더니만...

 

 

  2007 Roland Garros 프랑스오픈 경기때, 작은 사위와 함께 파리 북서쪽에 있는 롤랑 가로스에 갔다.

볼로뉴 숲이 근처에 있어 나들이 하기에 아주 좋은 지역이다.

입장권 예매를 하지 못한 우리는 경기장 근처에서 거래되는 암표값에 놀라서-무려 400유로나 달라더군-

매표소에서 파는 세개의 메인경기장 외 코트에서의 경기를 관전 할 수 있는 13유로짜리티켓을 구입해서

롤랑가로스 스타디움 여기저기 온 사방을 누비며, 관전도 하고, 맛있는것도 먹고, 이건물 저시설도 보며

하루 종일을 보냈다. 메인 경기장에서 하는 게임은 실시간으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중계하기 때문에

옆코트에서 보다가 시시해지면, 대형 스크린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군중의 틈에 끼어 사라포바가 이바노비치에게 지는 게임도 본다. 집에 서는 하루 종일 TV로 중계되는 경기를 보았는데, 몽피스의 재롱?은 정말 즐거웠다. 그의 이름이 Gael Monfils 라서, 나는 그를 "몽필이"라고 불렀다. 크레이코트에서 끈임없이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 재롱을 부리는 그의 경기는 3세트를 넘기지도 못했는데 무려 세시간이상 걸렸고,

수도 없이 반복되는 듀스와  세트 마다 이어지는 타이브레이크의 연속이었다. 지금도 내 귀에 쟁쟁하게

살아 울리고 있는 심판의 반복되는 외침,  "아방따--쥬  몽피스 !!"

  프랑스 오픈이 끝나자, 작은 사위가 말했다. '어머니, 윔블던에 안 가실래요? 가시지요.'

알록달록 멋진 유니폼을 제멋대로 입고 뛰는 프랑스 오픈과는 달리,  몇주 후에 시작된 윔블던은

파란 잔디 코트에서 하이얀 유니폼에 하이얀 운동화에 하이얀 모자를 착용한 모습들이 과연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의 윔블던 답구나 하는 기분좋은 느낌을 안고, 중계되는 경기를 TV앞에서 매일 오후에 열심히 보았다.

 

 '롤랑 가로스'로 가는 13유로짜리 우리들의 티켓.

 

  그랜드슬램을 모두 보자고 약속했다던 내 남동생 내외를 많이 생각한 여름이다. 그들이 가고 싶어하는

롤랑 가로를 내가 먼저 보았다는 미안함을 안고서...

언젠가 함께 롤랑 가로에도 다시 오고, 윔블던경기에도 가고, 또... US오픈에도, 호주오픈에도, 우리 함께 가자구요.  권교수님도 '가문의 영광님' 께도 시간이 넘칠때, 그 때가 되면.

 

  가을이다. 시월이 오면 한솔 오픈 테니스가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다.

올 가을에는 비너스 윌리엄스가 오고, 러시아의 마리아 키릴렌코도 온다지?

항상 나와 내 아드님 내외를 테니스 코트로 초청하는 내 막내동생 권교수님이 언제나처럼 이 가을에도

나의 가슴속에 풍선을 달아 산들 바람 위에 올려 높이높이 띄워 줄테지.

이렇게 세월을  잡아 둘 수 있게 해 주는 테니스와  내 동생내외가 있어, 나는 늙을 새가 없다.

가자!! 테니스 코트로----

 

       20007 Roland Garros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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