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 우리는 만나야 한다 >

eunbee~ 2022. 1. 10. 00:24

2022년 1월 6일 오후 3시 17분 탄천변 공원에서

 


< 우리는 만나야 한다 >
- 금강스님 산문집 [물흐르고 꽃은 피네] 중-

오래전부터 꽃 피는 계절마다 만나는 차 모임이 있습니다.

각자 차와 다과와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서 만나는 모임입니다.

매화가 필 무렵이 되면 악양 동매골에 매화차회를 하기 위해 벗들이 모여 듭니다.

퇴계의 <매화시집>을 읊조리고 매화 띄운 차 한 잔을 마십니다.

연꽃이 피면 무안 회산방죽이나 강진 금당연못의 연꽃과 함께 연꽃을 노래하고 차를 마십니다.

산국이 피면 땅끝마을로, 눈꽃이 피면 봉화 청량사로 모입니다.

맑은 차 한 잔과 귀담아 들을 지혜의 이야기와 속사정을 살피는 만남은 참 반갑고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다산선생도 시 짓는 친구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고 <죽란시사첩>서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한여름에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이고, 초가을 서늘할 때 서지에서 연꽃 구경을 위해 한 번 모이고, 국화가 피면 한 번 모이고,

겨울철 큰 눈이 내리면 한 번 모이고, 세모에 화분에 심은 매화가 피면 한 번 모인다.

아들을 낳은 사람이 있으면 모임을 마련하고, 수령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마련하고,

품계가 승진된 사람이 있으면 마련하고, 자제 중에 과거에 급제한 사람이 있으면 마련한다."

동시대 같은 나라 같은 공간에서 태어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우리가 만나야 할 이유입니다.

꽃 피는 계절이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을 찾아 봅시다. 인생은 연속입니다. 그중에서 귀하게 만나는

만남이야말로 큰 복이지요. 부처님께서도 도반은 수행의 전부라고까지 했습니다.

먼곳에서 멘토를 찾기보다는 가까운 곳에서 다정한 이들을 찾아 봅시다.

나를 지혜로 이끌어주는 사람은 문수요, 좋은 행동으로 늘 돕는 이는 보현이라고 하잖습니까.

 

***

 

동안거도 반이나 훌쩍 넘겼다.

지난해 음력 시월 보름날 입제하여 새해 정월 보름날이 해제날이다.

시간은 참으로 빠르게도 지나간다.

그간 마음공부는 좀 하였는가? 되고 있는가???

 

일찌감치 침상으로 와서 누워보나 잠이 오질 않으니

읽던 책을 집어들고 뒤적이다가 여기에 옮겨 본다.

만나야 하는 사람도, 가봐야 하는 곳도, 해야할 아니 하고픈 일도

많고 많건만, 코로나 19의 금족령은 언제 풀리려나.

금당연못의 연꽃이 피고 지는 걸 몇 번을 더 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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