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그렇게 달빛을 보았었지

eunbee~ 2018. 10. 23. 23:59

 

2018. 10. 19

 

 

 

은비 태어난 집은 천창이 있는 메종이었다.

소도시 건축 잡지에도 실렸던, 제법 유명세를 타던 건축가가 지은, 여러채가 ㄷ자형을 이룬 집으로,

맨안채에는 다비드(건축가 본인이자 주인)가 살고, 다비드네 앞집이 은비네, 그옆집은 피아니스트,

은비네 맞은편은 일본인 아내와 프랑스 남편, 그 옆집은 까를라네 남매와 흑인 엄마와 프랑스 아빠,

대문 옆에는 프랑스인 부부. 마당엔 잔디를 깔고 철제 아치를 세워 장미넝쿨을 올려 두고,

 커다란 대문이 스르르 열리면 밖에서 뵈는 정경이 그럴싸했다. 은비네 고양이는 (까비 이전 버마산 갈색 냥이)

다비드네 연못의 물고기를 자주 잡아오는 사고를 치니 다비드네

두 딸에게 미움 꾸러기였다

 

 

 

 

 

2018. 10.21

 

 

 

 

에구~~

이야기가 한참이나 삼천포행 되셨습니다.ㅎ

 

각설하고,

은비가 코오오~ 잠드는 방은 편하게 말하면 2층,

확실히 말하면 지붕밑방, 그래서 정수리 위로 제법 커다란 천창天窓이 있었지.

내가 늘 갖고 싶어 하는 방.

 

비 오는 날엔 빗소리가 정답고, 빗물 흐르며 짓는 물무늬가 재밌고,

눈 오는 날엔 하늘에서 내려준 하이얀 커튼이 포근한 방,

달빛 드는 날이면 또 얼마나 낭만스러운지.. 그리움은 옵션.

창문 열고 별을 헤는 여름밤은 필수.

 

 

 

 

 

2018. 10. 21

 

 

 

어느해 가을,

예쁜 단풍잎들을 모아 책갈피에 넣어 잘 말렸다.

겨울 방학이 가까워 올 때 단풍잎들을 코팅해 두었다.

겨울방학이 시작되자마자 프랑스로 날아가, 그 코팅 단풍잎들을

은비방 천창에 붙여두었다.

 

달빛이 비추는 날이면 방바닥으로 단풍잎들이 가득 내려 앉는다.

누워서 단풍무늬 사이로 보는 아침햇살은 또 얼마나 이쁜지..

그렇게 가을을 천창에 붙여두고 아기 은비랑 할머니는

행복했었다.

 

 

 

 

2018.10. 23

 

 

 

우린 그렇게

달빛을 보았었지.

 

이젠

 

다~ 지나간 날의 이야기다.

 

그립다, 천창 있는 집이.

더 많이 그립다, 그 날들이..

 

 

 

2018. 10. 23

 

2018. 10. 23

 

 

 

시월 스무사흗날

 

오늘은 천둥이랑 번개랑 비랑이 삼단콤보로

마구마구 심술을 부리던 날,

이쁜 단풍잎들은 우수수 추뇌우풍낙엽 되어 맨땅에

우아하게 착지, 꽃밭이 됐다.

와~ 이렇게 아름다운 가을 그림이라니!!

 

그래도! 바람아, 멈추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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