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12월

eunbee~ 2017. 12. 5. 22:18

 

12월

 

- 유 강 희 -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부비는 소리가 난다

빈집에 오래 갇혀 있던 맷돌이 눈을 뜬다 외출하고 싶은 기미를 들킨다

 

먼 하늘에서 흰 귀때기들이 소의 눈망울을 핥듯 서나서나 내려온다

지팡이도 없이 12월의 나무들은

마을 옆에 지팡이처럼 서 있다

 

가난한 새들은 너무 높이 솟았다가

그대로 꽝꽝 얼어붙어 퍼런 별이 된다

 

12월이 되면 가슴속에서 왕겨 타는 소리가 나고

누구에게나 오래된 슬픔의 빈 솥 하나 있음을 안다

 

( 2017. 12. 5. 중앙일보 '시가 있는 아침' )

 

 

 

 

***

 

 

 

 

12월,

한 해의 마지막 달.

우리집에선 '겨울 아이' 멜로디가 이어지는 달.

 

마트에 가는 길에, 감나무 아래 섰다우.

나뭇가지에 매달린, 달콤하게 사랑스런 열매.

봄바람이, 여름비가, 가을놀이, 담긴

삼백서른 나날의 새벽별이 쓰담쓰담 익힌, 붉은 감.

고만큼 작은 열매가 익어갈 동안

내 시간들은 그것을 비껴갔네요.

 

스쳐지나간 내것들을 되불러 빈가지에 매달아 두고

아쉬움에 겨워 올려다 봅니다.

오래오래~ 자꾸자꾸~ 올려다 봅니다.

.

.

 

맘 속 이명으로 휘돌다

사라지는

세월 흩어지는 소리.

 

 

***

 

12월이걸랑요.

'다른 세상의 달'이란다지요? 체로키족은.

 

모두들

따순달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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