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밥'을 먹어 보자

eunbee~ 2017. 9. 9. 08:59

 

 

 

 

간밤, 둥글게 차오르다 이젠 스러지기 시작한 달이 곱고 애처러웠습니다.

달빛 젖어 뒤척이다가 든 잠, 깨어나니 안개가 자욱합니다.

단숨에 잔 걸 보니 너무 늦게 잠이 들었던가 봅니다.

 

가을 안개를 무척 좋아하지요.

그리 멀지 않게 물러나앉은 산은 그예 오리무중입니다.

이렇게 산도 마을도 안개에 싸이면 마음 속은 농무에 젖어 포근해집니다.

이것은 내고향에서 가을아침이면 자주 겪던 고향병증에 연유함일거라 여겨집니다.

 

밥솥에 쌀을 씻어 앉혔습니다.

거의 3주만에 지어보는 밥인듯합니다.

혼자 먹기 위해 무얼 조리한다는 것이 요즘은 괜시리 쓸쓸해져서

일품요리?로 그럭저럭 떼워왔는데, 그것도 한계점, 오늘은 냉장고 속을 꽉 채워넣을 작정입니다.

곳간을 그득 채워두면 덜 허전하겠지요. 오곡백과 풍성해진 가을인데 말예요.

 

아직도 안개는 걷힐 생각을 아니하네요.

구구절에 쏘아올릴지도 모른다던 김정은의 핵미사일이 하늘을 날아오를까요?

뉴스나 보아야 겠네요. 파리로 피난 오라는 애들 말에 그냥 웃습니다.ㅎㅎ

 

한주가 또 이렇게 가고, 계절은 자꾸만 깊어갑니다.

오늘도 선물처럼 내게 와준 하루를 고맙게 잘 쓰려합니다.

이풍진 세상을

하루하루 무탈하게 살고 있는 것이 곧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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