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공중 부유의 꿈

eunbee~ 2017. 8. 30. 15:38

 

 

 

 

회색빛 아침

브런치를 마치고 개울 건너 도서관엘 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에는 그의 꿈 이야기가 있었다.

그는 아주 오래전부터 공중 부유의 꿈을 주기적으로 꾼단다.

공중을 날아다닌다고는 하지만

 

'기껏 올라가 봐야 지상 1미터 정도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더 높이 올라가고 싶은 기분이 나지 않는다.

지상 50센티미터쯤 되는 곳에서 사심없이 둥실둥실 떠 있는 것이

가장 적당한 공중 부유의 본연의 자세라고 나는 느낀다.'

 

하루키는 옛날부터 같은 패턴의 공중부유의 꿈을 정기적으로

꾸고 있는 것 같다,라고 썼다.

 

나는 며칠 전에도 공중을 날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나 역시 아주 오래전부터 꾸어오는 같은 패턴의 꿈이다.

하루끼의 느낌처럼 부유할 때는 무게도 느끼지 않고 힘도 들지 않는다.

마냥 가볍게 둥실둥실~ 거의 선 자세로 자연스럽게 떠다닌다.

나 또한 도움닫기같은 건 전혀 필요치 않다.

그와 다른 점은 나의 부양 높이는 높은 빌딩 꼭대기 높이다.

낯선 남자가 무서워 도망할 때 두둥실 수직 상승하여 기분좋게 날아 오른다.

내가 공중으로 날아 오를 때는 대부분 무서운 남자/상황으로부터의 도망이다.

아주 오래전에 꾸었던 행복한 공중 부유 꿈 중 제일 멋진 장면은

초록들판을 날고 있을 때,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아름다운 전원풍경을 지나

하얀 빨래를 널고 있는 젊은 여인(내엄마라고 생각되는)의 머리 위를 날던 때라고 기억된다.

 

지상에서 피하고 싶은 사람을 피해 공중 높이 오른 후, 가볍고 포근하게

날아 다닐 때의 보드라운 행복감은 말할 수 없이 달콤하다.

 

하루키의 꿈 이야기를 들으려고, 엊그제 새벽녘에 그리도 포근하게 공중을 부유 했었나보다.

그 행복한 꿈... 아이휴~ 달코옴~^^

 

그뿐아니라 나는 자주자주 높은 건물 꼭대기에서 사뿐히 아래로

내려와 앉는 꿈도 꾼다. 늘 비슷한 내용의 같은 패턴으로.

아직도 그러한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으니 참으로 좋은 일이다.

 

모드 루이스의 Naive Art를 흉내내던 날 꾸게 된 꿈이 아니었을까? ㅎ

미완성의 저 그림이나 마저 그리며,

가을이 저만치에서 걸어 오고 있는

이 오후를 채우자.

 

 

***

 

사진 :

 

개울 건너,

도서관 건물 곁 나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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