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Dance me to the end of love

eunbee~ 2016. 12. 13. 19:14

날씨가 포근해서 다행이다.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지만

세찬바람으로 심술부리지 않는 것만도 어디냐.

 

마음이 답답할 때

주절주절 푸념 늘어두고 싶기도 하고

하소연도 하고 싶어지지만

 

그러나

.........

.........

 

그것은

그것대로 남겨두고.

 

춤이나 추자.

그 눈물없던 내 어린날들처럼.

 

'물러서도 벽일 땐, 춤을 추세요'

 

Dance me to the end of love

Dance me to the end of 憂鬱

( 憂鬱 - 글자가 넘넘 복잡해 더욱 우울하다. )

 

 

 

 

 

 

시 한 수도 읽고...^^

 

 

< 나의 아름다운 사전 >

 

                                  박 진 성


모든 얼음을 만져볼 수 없지만 나의 사전에는 자주 냉기가 다녀간다 나의 오감이 실패한 단어를 나의 사전이 대신 닿는다 그러니까 나무 안에 

흐르는 꽃이 내 사전의 일이다 나의 모국어를 읽을 수 있는 대륙까지가 이 사전의 가능성이겠지만 멀리, 반도를 버린 무덤들도 무간으로 사전에 드나든다 문장도 사전에 정박할 수 있는 이유이다 푸른 송곳을 들고 한 남자가 자주 다녀간다 그 남자의 하루가 모르는 숲에서 혼자 쓰러지는 나무일지라도 그건 나의 사전의 일이 아니다 프랑스 사람 키냐르 집 앞 욘 강에 자주 시선이 빠지는 것도 죽은 사람들이 다시 푸른 눈빛으로 문장을 던지고 가는 것도 나의 사전의 일은 아니다 사전을 수첩이라 부르는 여자의 눈에서 다친 물고기를 건지는 일도 있다 어떤 날은 사전만 바라봐도 몸이 흐리다 나의 사전은 나의 신체를 흐르는 것이다 사전을 잃어버릴 때마다 악천후가 신체로 드나들었지만 나의 죄 없는 부주의는 그때마다 다른 기후로 이주했다 이 사전이 끝날 때 모든 말들이 일어나 나의 한때를 버릴 것을 안다 폐허에서 무너진 자신의 시간을 바라보는 눈, 그 눈이 나의 사전의 이름이다

 

 

 

 

 

 

 

< 은는이가 >라는 시

moon향님이 추천해 주신 정끝별 님의 시를 이제서야 올립니다.

moon향님 감사합니다.^^*

이 시인의 시집을 사온 후에 올리려하였으나, 아직도...

이곳 교보문고가 사라진 때문이야.ㅋ

 

 

 

은는이가

 

                      정 끝 별

 

당신은 당신 뒤에 '이(가)'를 붙이기 좋아하고

나는 내 뒤에 '은(는)'을 붙이기 좋아한다

당신은 내'가' 하며 힘을 빼 한 발 물러서고

나는 나'는' 하며 힘을 넣어 한 발 앞선다

강'이' 하면서 강을 따라 출렁출렁 달려가고

강'은' 하면서 달려가는 강을 불러세우듯

구름이나 바람에게도 그러하고

산'이' 하면서 산을 풀어놓고

산'은' 하면서 산을 주저앉히듯

꽃과 나무와 꿈과 마음에게도 그러하다

당신은 사랑'이' 하면서 바람에 말을 걸고

나는 사랑'은' 하면서 바람을 가둔다

안 보면서 보는 당신은 '이(가)'로 세상을 놀고

보면서 안 보는 나는 '은(는)'으로 세상을 잰다

당신의 혀끝은 멀리 달아나려는 원심력이고

내 혀끝은 가까이 닿으려는 구심력이다

그러니 입술이여, 두 혀를 섞어다오

비문(非文)의 사랑을 완성해다오

 

 

'살며 사랑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고 산이 울렸다'에 나온다는 프랑스 동요  (0) 2017.01.02
임하영 Cello Recital  (0) 2016.12.30
Schubert Winterreise - 24. Der Leiermann   (0) 2016.11.30
가을 배웅  (0) 2016.11.22
안개낀 어느날  (0) 2016.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