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숲에는 비 내리구요

eunbee~ 2016. 5. 11. 23:00

 

쏘공원에도 파리시내에도 마로니에가 만개했어요.

한국의 어버이날, 전날 예약해둔 아랍레스토랑으로 가기위해 파리시내를 관통하여 운전하면서

'파리에 마로니에가 없었으면 어떤 풍경이었을까?'

작은딸이 혼잣말 하더군요.


하양, 분홍, 빨강 마로니에꽃이 지금 한창 예쁠 시기예요.

회색건물에 어울리는 마로니에와 느릅나무는 아무리 생각해도 프랑스의 보물이에요. ㅎ


어제

비내리는 마로니에숲을 거닐었답니다.



 

 

 

내 유년의 기억을 길어올리는 냄새를 가지고 있는 풀꽃이 

올해도 저토록 뭉게구름처럼 피었네요.

그 너머로 보이는 희뿌연 것들은 모두 꽃을 피운 마로니에 숲이랍니다.


 

 

고요롭게 내리는 봄비는 안개가 되어 

숲 속을 뽀얗게 맴돌고 있어요.

숲에 내리는 비는 얼마나 아름답던가요.

저 쪽 아득하게 보이는 숲길이 내가 '노르웨이의 숲'이라 이름붙인 사철푸른나무 숲이지요.


 

 

한 때 내가 즐겨 찾던 '나의 아쉬람'은 이제는 소가 노니는 목장이 되어가고 있어요.

능금꽃이 하얗게 핀 이곳도 아늑하고 좋은 곳이에요.


 

가지치기를 한 나무껍질은 분쇄되어

조깅로를 덮습니다.


 

 

나의 '노르웨이 숲'을 지나고 있다우.

겨울철 눈 내릴 때의 이곳 풍경은 내가 작명해준 저 이름에 딱 어울려요.ㅎ


 

얼마전까지만 해도 분홍겹사쿠라가 

꽃대궐을 이루던 이곳은 중국인과 일본인의 가족소풍으로 수선스러웠지요.

화무십일홍이에요.



 

연꽃 피는 둥근연못가엔 이렇게 우둔한 나무가 있어요.ㅋ

자기 몸을 도무지 주체할 수가 없나 보아요.

주위 나무들도 우둔스럽긴 마찬가지이니 그럭저럭 뽐내며 살고 있는 것 같아요.ㅎ


 

 

 

가늘고 가냘퍼서 애처러운 풀꽃도 올봄엔 한가득이네요.

풀꽃을 보면 표현키 어려운 어떤 서정에 빠지곤해요.

슬프기도 그립기도 또한 기쁘기도...한.


비 오는 날

그것도 고요롭게 내리는 봄비 속에서 만나는 풀꽃은 

그러한 느낌 더욱 더 짙어요.



 

숲을 헤매이다 이제 집으로 가는 길

그랑샤토 앞에 서서 멀리 마로니에 숲을 봅니다.

까마귀도 잠잠하네요.

비오는 날은 모두가 고요롭습니다.



 

 



공원으로 가끔 들고 나가던 

장 폴 뒤부아의 '프랑스적인 삶'을 다 읽은 날, 어제

Parc de Sceaux엔 비가 내렸다.

잘 쓰여진 소설, 잘 번역된 책, 곱씹고 되새기며 숲을 걸었다.


오십줄에 든 한 남자가 자기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낮은 목소리로 들려주는

한살이에 대한, 일상을 겪는, 소소한 모든 이야기들 ...

어린시절부터 손주를 안게 되고 어머니의 임종을 볼 때까지.

누구나가 겪는 삶의 여정. 


그 일상적인 이야기를 특별한 매력으로 이루어내는 

문장마다에 포진된 비유와 은유의 감칠맛과 그 깊이, 

그것은 내가 이 소설을 너무나도 감탄스럽게 읽어 내려가게 만들어준 

중요한 요소였다.


한 번 더 읽어야 겠어,라는 욕심이 생기는 매력만점의 책이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하려 한다.

한가하고 컴퓨터가 내 차지 되었을 때.ㅎ


***


내일은 짧은 여행을 떠나려 한다.

빗속을 헤치고..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나아간다. 진군~진군~대서양을 향하여.ㅎㅎㅎ

프랑스 서쪽 바닷가, 브르따뉴 지방의 Vannes라는 작은 마을.


다녀 올게욤~^*^


 


'오두막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일도, 쌀도, 엥꼬라니...차암!  (0) 2016.05.24
서울은 폭염이라지요?  (0) 2016.05.20
엄마집 풍경  (0) 2016.04.05
금일 파리 향발  (0) 2016.03.01
은비 얼굴 그렸어요  (0) 201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