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스케치' 수업을 위해 연필을 깎다가
어릴 적 우리 아버지 생각에 한숨 쉬었다.
" 연필은 촉이 길게 삐져나오면 안돼,
쉽게 부러지니까 이렇게 깎아야 해."
우리 아버지, 자상하시고 조용하시고,
술 드시면 내게 노래 잘 시키시던 분.
물감 칠해 그림 그릴 적엔 오라버니 생각
나는 국민학교, 오빠는 고등학생
주전자와 컵이 있는 정물화 숙제 할 때
물감은 이렇게 칠하는 거야, 라며 곰살스레
가르쳐 주던 그림 잘 그리던 오라버니.
어린 누이 걸음새까지 고쳐주던 다정한 오빠.
세상 남자들은 모두 우리 아버지와
내 오빠 같은 줄 알았지.
내 나이 스물대여섯 까지.
.
.
.
연필 그림 위에 물감을 풀자.
아버지와 오빠의 옛사랑을 겹쳐.
그리움이 눈물처럼 번지는 수채화,
마음 속 그림 한 장 그려 두자.
***
뱀발가락 :
오늘은 1시 50분부터 연필스케치 공부 시간.
연필을 깎다가 뭉클 그리워지는 내 어릴 적 풍경.
창밖 나뭇잎새
어느새 붉은 기운 돕니다.
까치는 까악까악 웁니다.
가을볕에 드리워진 가을그림자가 서글픈
9월 9일 한낮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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