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연필을 깎으며

eunbee~ 2015. 9. 9. 12:12

 

 

 

 

 

'연필 스케치' 수업을 위해 연필을 깎다가

어릴 적 우리 아버지 생각에 한숨 쉬었다.

" 연필은 촉이 길게 삐져나오면 안돼,

쉽게 부러지니까 이렇게 깎아야 해."

우리 아버지, 자상하시고 조용하시고,

술 드시면 내게 노래 잘 시키시던 분.

 

물감 칠해 그림 그릴 적엔 오라버니 생각

나는 국민학교, 오빠는 고등학생

주전자와 컵이 있는 정물화 숙제 할 때

물감은 이렇게 칠하는 거야, 라며 곰살스레

가르쳐 주던 그림 잘 그리던 오라버니.

어린 누이 걸음새까지 고쳐주던 다정한 오빠.

 

세상 남자들은 모두 우리 아버지와

내 오빠 같은 줄 알았지.

내 나이 스물대여섯 까지.

 

.

.

.

 

연필 그림 위에 물감을 풀자.

아버지와 오빠의 옛사랑을 겹쳐.

그리움이 눈물처럼 번지는 수채화,

마음 속 그림 한 장 그려 두자.

 

 

 

***

 

뱀발가락 :

 

오늘은 1시 50분부터 연필스케치 공부 시간.

연필을 깎다가 뭉클 그리워지는 내 어릴 적 풍경.

 

창밖 나뭇잎새

어느새 붉은 기운 돕니다.

까치는 까악까악 웁니다.

가을볕에 드리워진 가을그림자가 서글픈

9월 9일 한낮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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