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긴 하루 - 여름이를 하늘로 보낸 날

eunbee~ 2014. 11. 21. 01:48

 

 

 

새벽 다섯시

여름이가 하늘나라로 갔단다.

오후 1시 <아롱이 천국>에서 지난해 (바로 어제가 겨울이 첫 기일)겨울이를 보낸 것처럼

여름이도 그렇게 자기 엄마곁으로 보내 주었다.

30여분만에 재가 되어 버린 여름이를 분골함에 넣어 안고 우는

내며느님이 가엽고 애달퍼서... 나는 너무나도 막막하다.

 

 

 

 

애달픈 마음을 어찌해 보려고

광화문 시네큐브에 갔다. 영화 '봄'은 저녁 6시 이후의 상영분만 가능하여

부근의 전시장엘 들러 별볼일 없는 전시물을 대강 훑어보고

시네큐브 앞에서 만난 막내올케와 그녀의 친구와 함께

청계천 빛초롱 축제를 보고(이 또한 언급하기 싫을 만큼 실망)

광화문통과 종로통을 거닐다가 사케집에 가서 따끈한 사케를 마셨다.

젖어드는 사케의 훈기와 저릿하게 감겨드는 주기가 시름을 달래준다.

기대하지 못한 막내올케와의 만남은 오늘의 내게 구세주.

내며느님은 무엇으로 마음을 달랠 수 있을까.

반려 동물이 아니라 자식이었으니.

 

 

청계천 빛초롱 축제 중 한 작품. 잘찍힌 사진이다. 현장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ㅎ

 

 

 

참으로 긴 하루.

밤 10시 가까운 시각에 집으로 돌아오니

백화점에서 주문예약해 두었던 <2014 보졸레 누보>가

아파트 경비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마다  마시는 알베르 비쇼, 보졸레 빌라쥬 누보.

 

올가을도 깊었구나. 보졸레 누보를 마시는 날이 온걸보니.

햇포도주를 마시는 것으로 내 가을을 새긴다.

 

내 슬픔은 이렇게 달래는데, 내며느님의 그 막막한 슬픔은 어찌할거나.

 

 

 

2014. 11. 20.

아주 긴 하루였다.

 

내일은 화안한 이야기를 쓸 수 있겠지.

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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