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파리 mk2에서 [우리 선희]를

eunbee~ 2014. 7. 24. 15:58

홍상수 감독 영화는 프랑스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요.

프랑스에서 잠깐 영화공부를 해서인지, 비교적 프랑스인들의 정서에 맞는 작품이라고 하지요.

내가 파리에서 본 한국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마더가 첫번째였구요.

이번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가 두번째.

[마더] 때에는 관객이 많았어요. 

그러나 그제 본 [우리 선희]는 상영관 자체가 마니아들이 오는 영화관이라서인지

90석~100석 정도의 영화관에 30명 이내의 관객이었습니다.


 


김상중답지않게 부드럽고 능청스런 연기.. 참 좋았다우.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영화감독이나 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이 단골로 등장한답니다.

비슷비슷한 느낌의 비슷비슷한 구성이라지요. 

내가 기억하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은 [다른나라에서]라는 영화 뿐인데, 

다른 감독의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맑음과 산뜻함이 있어 신선했어요.


이번 영화 [우리 선희] 역시 매우 산뜻한 영화였습니다.

뭐랄까, 엮이는 스토리는 없으면서도 무언가 지루하지않게 자분자분 전개되는 상큼 새큼한 영화.

둘이 대화를 하면서 한 사람의 모습만 보이는 신선한 설정.

장소와 대화상대가 바뀌어도 맥락없이 되풀이되는 같은 내용의 대화.

그러나 지루하지 않고 싫지 않고 밉지않는 영상과 등장인물들.

배우들도 모두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상중, 이민우, 이선균, 정재영 그리고 정유미.


스토리는 뭐 생략하고, 참 싱그럽고 자분자분하니 감칠맛 나는 영화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데 뭔가 특별한 맛과 매력이있는...

선후배, 스승과 제자, 남과 여, 늘상 대학 주변에서 일어나고있을 이야기들.

지금도 많은 '우리 선희'와 그 주변의 네댓 남자들은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시고 

비슷한 일상들로 그들의 시간을 채워가고 있겠지요.ㅋ

그것을 주워다가 이런 영화로 엮어내다니... 
각본을 쓴 감독의 정제된 실력을 인정하고 싶은 영화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 맥도널드가 어디있나? KFC는 어디있나? 한참 찾았어요.
치킨과 맥주가 하고 싶어서.... 이 영화 보면 왜 내가 치킨을 찾았는지 알게 되지롱요~ ㅎㅎ


 

영화관 옆 카페에서 쇼콜라 쇼를 마시며...


영화관에 들어가니 몇사람이 띄엄띄엄 앉아있었어요.

우리는 가운데 좌석을 찾아 가운데로 가서 앉았답니다.

앉고 보니 의자가 푹 꺼지는 것이 앉은키 작은 나는 앞좌석에 사람이 앉는다면

스크린이 가려질 것이 당연한 높이에요.

그러나 그것은 내 기우였다우.

어느 누구도 그 좋은 내 앞자리, 우리들 앞자리에 와앉지를 않아요.

두리번거리며 다른 좌석을 살피니, 모두들 먼저 앉은 사람의 바로 앞자리는 비워두는 거예요.

로열석이 비어있어도 뒷사람과 줄맞추어 앉지를 않는거지요.

그것은 물론 뒷사람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한 배려.

그러다보니 귀퉁이 자리에도 모두 띄엄띄엄 타인의 시야를 확보해두고 앉아있던걸요.


우와~ 모두들 대단한 예의범절이시네~

이 영화관에 오는 사람은 그정도의 예절은 갖춘 영화 사랑쟁이들이지~

오모~ 그렇구나. 기분이 참 좋아지네. 

우리들이 소곤거리며 나눈 이야기였습니다.


영화 상영 중에 자주 웃음소리가 들리고...

[우리 선희]가 영화를 사랑하는 파리지엥들에게 즐거운 공감의 웃음을 주고 있어 괜시리 내마음이 흡족.ㅋ


'이 영화관'은 퐁피두 센터 바로 우측에 있는 아주 작고 작은(그러나 상영실이 6관까지 있어요. 그 이상인가? 

내가 아는바로는 6관까지 보았으니....ㅋ) mk2 보브르 영화관이에요. (보브르-파리지앵들은 '퐁피두 센터'를 '미술관 보브르'라고 부른다지요)

소위 말해서 예술영화나 다른곳에서 상영이 잘 안되는 마니아를 위한 영화관이라고 할까요.

연전에 이곳에서 피나 바우쉬의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



영화관에 비치된 단면 팸플릿


 

다음날에는 내 혼자 보브르에 가서 [파리, 텍사스]를 보았답니다.

스토리는 아는 것이니 빔 벤더스의 영상과 라이 쿠더의 음악이 듣고파 갔습니다.

역시 조오오았어요. 

이번엔 헌터 어릴 적 가족 모두 바닷가로 나들이 간 영상을 돌려 볼 때 내가 또 크리넥스를.....ㅎㅎㅎ

나는 왜 그런가 몰라. 에혀~

그 장면들의 음악 기가막히게 사람 울려요. 오래 헤어졌던 아들과 아버지의 섬세한 표정이며...

볼 때마다 조금씩 다른가 봐요. 내 눈물샘의 작동싯점이. ㅋㅋㅋ

파리에서 보는 [파리, 텍사스]

역시 내게 찐한 감동을~ㅎ

지금도 내 귓바퀴를 도는 라이 쿠더의 음악, 징~~징~ 현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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