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사진첩 사러 가는 길에

eunbee~ 2014. 3. 10. 22:58

 

 

 

하룻길을 걷는 동안

내가 걷고 있는 발아래와 보폭을 잘 살피고 조정하며 걷는다면

허방을 짚거나 서두르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일이 없게 될까요?

으휴~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그게 싫다우.

이미 정해둔 길로 직진만 한다면 무슨 재미로 걷겠어요.

가다가 해찰도 하고, 샛길로도 빠져보고,

신기한 것에 머무르기도 해야지요.

 

오늘 햇빛이

짙은 그림자를 드리워주어, 기분 좋았어요.

오후 3시 30분의 햇살.

 

 

 

 

 

 

[ 애초 분홍은 잘못 태어난 색이다. 색이 되려고 태어난 무엇이 아니라 공기가 되려는 것을 한사코 잡아놓은 것이다.

색이 되려고 했는데 빛을 너무 많이 쪼였다. 무언가 되다 말려고 했는데 바람이 닥치는 바람에 굳어 버렸다. 색깔의

사생아, 보라색이 그런 것처럼 보나마나 분홍색도 화학적 실수로 인해 발견된 색일 것이다. 그래서 지루한 세상은

조금 나아졌던가. 인류의 이 안 좋은 기분이 나아졌는가. 아픈 머리에 머플러를 두르고 봄이면 발광하는 분홍. ]

 

이병률 여행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에 실린 '지랄이다'제목의 글이라우.

사진첩 사러 갔다가, 서점에 들러 책 세 권을 공짜로 대강 읽고, 한 권을 사왔어요.

샛길로 빠진것치고는 괜찮았죠? 헤헤헤

결국 이렇게 해찰부리다가 사진첩은 깜빡하고, 동네 문방구에 와서 샀다우.

오늘 외출 목적이 앨범 사러가는 일이었거든요.

 

 

2014. 3. 10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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