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마르셀의 여름 - 은비의 여름을 추억하며

eunbee~ 2013. 9. 3. 00:51

 

 

 

어제 '마르셀의 여름'이라는 행복한 영화를 봤어요.

채널을 마구 돌리다가 주워올린 것이지요. 대박~!!

프랑스의 1900년대 초, 벨에뽀끄의 분위기로 넘치는...

행복한 세월, 행복한 가정의 행복한 이야기.

 

마르셀의 행복한 어린날의 이야기로 나도 행복했다우.

화면은 마치 르누아르의 그림 속을 거니는듯 했지요.

아무튼 참으로 행복한 마음으로 100분여를 보냈고, 그 시간은 은비와 함께한 어느 여름으로

나를 데려가 주기도 했습니다. 부르따뉴지방의 '뽀흐 블렁'에서의 우리들의 여름.

은비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마르셀이 그 해 여름의 행복한 날들을 회상하듯 그렇게

뽀흐블렁에서의 우리들의 여름을 행복하게 추억하겠지요.

 

 

 

마르셀 아버지는 학교 선생님.

칠판에 쓰여진 그의 글씨를 보고 나는 감탄,

은비가 노트필기를 잘하는 것이 프랑스교사들의 저러한 판서 때문인가 보다, 했어요.ㅎㅎ

 

 

주인공 마르셀이 어른이되어 자기의 어린날을 나레이션하는 방식의 영화예요.

난 그렇게 전개되는 영화를 좋아해요. 그런 방식의 영화 전개는 내게는 이상한 시너지효과를 가져온답니다.

더 좋게, 더 애잔하게, 더 아름답게...혹은 더 슬프게.

 

이야기 초반 마르셀이 태어나는 때부터 시작되지요.

그 애기가 자라서 동생도 갖게 되고, 두번째 동생도 갖게 되고...

어느해 여름 바캉스를 가요. 이모부랑 아빠랑 온 가족이 함께....

남프랑스 엑상프로방스 부근의 어느 산 아래 마을로. 마르세유에 사는 마르셀네에서는 그리 멀지 않지요.

그곳에 가서 동생과 방을 함께 쓰는데, 아침이면 잠에서 깨어나서 창문을 서로 먼저 열고 싶어 안달이에요.

그 창문을 열면, 우와~~ 멋진 풍경, 싱그런 햇빛, 맑은 공기가 마구 쏟아지지요.

내가 은비네서 아침마다 창문을 열면서 느끼는 그 행복한 기분과 꼭 같아요.

이 어린애들이 이렇게 오래묵은 할미가 느끼는 그런 기분을 느낄 줄 안다는 것이 신통했어요.허허

 

 

사냥을 잘 하는 이모부, 잘난척이 늘어졌습니다. 마르셀의 영광스런 아빠는 사냥 앞에서는 의기소침해요.

그러한 아빠를 위해서 마르셀은 온갖 애를 다 써서 '내 아버지의 영광'을 드높여 드립니다.(자세한 건 영화 보세욤 ㅎ)

 

마르셀 아빠는 매주 교회를 나가는 이모부를 재미있게 비아냥거리기도 합니다.

교회에서 라틴어로 예배를 본다는 말에, '무지한 신도들을 속이려고 라틴어를 쓰는 것이 아닐까?' 라든가

'주일마다 포도주 속에 빠진 조물주'라든가... 그러한 말로.ㅋㅋ

 

그리고 마르셀의 나레이션에는 이런 말도 있어요.

'R 발음을 자갈 위에 물 흐르듯이 굴렸다.' 멋지죠?

그리고 소나기 속에서 월츠를 추는 멋진 장면도 있어욤~ 기회되면 보세욤.ㅎㅎ

 

 

 

마르셀은 그곳에서 시골소년을 만나게 되고, 마음을 나누게도 되지요.

그러나 마르셀의 즐거운 여름은 마냥 짧습니다.

 

별장에서의 여름 바캉스가 다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꾸립니다.

'죽은 여름을 관에 넣듯 아버지는 상자에 못질을 했다'라는 나레이션이 마르셀의 떠나기싫은 마음을 나타내기도 하지요.

시골소년과 이곳에 남기로 작정을 하고, '은자가 되어 이곳에서 살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도망도 치지만 여의치 않아

마르셀은 하는 수 없이 마차를 탑니다.

비가 내려요. 빗속에서 시골소년은 마르셀이 선물한 마르셀의 옷을 입고 손을 흔들어요. 아쉬워하며, 몹시도 서운해하며.

 

어른이된 마르셀의 쓸쓸한 독백이 흘러요.

'그렇게 정든 곳을 떠났다. 눈물같은 비를 맞으며...'  아, !!

 

 

사족 ; '마르셀의 추억'이란 영화를 프랑스 가기전에 봤어요. 그 영화를 감독한 이브 로베르의 영화입니다.

          마르셀 파뇰의 자전적 소설들을 영화화.

 

 

 

 

은비의 여름.

하늘이, 노을이, 바다가, 눈멀도록 하얗게 빛나는 모래가...

지는 저녁놀은 하얀배와 하얀집들을 온통 바알갛게 만들어 두는 그곳 뽀흐블렁에서.

낮에는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고, 물장난하고, 먼 고장까지 다녀오기도하며,

사과나무 그늘에 누워 하늘 복판에서 스마일 입모양으로 웃고 있는 무지개를 보았지요.

 

밤에는 뜰에 매어둔 침대커버를 스크린 삼고, 이모부가 마련해온 일본 영화를 보고,

잠들기 전, 어두운 하늘속에 박힌 모래알같이 수많은 별을 헤던....그곳 뽀흐블렁.

이모부랑 학습지 뜯어서 종이비행기 날리던 그곳.

은비도 마르셀처럼 먼 훗날, 그렇게 그때 그 여름을 추억할테죠.

 

내일이면 고등학생이 되는 우리은비.

지금처럼 곱게 아름답게 천진하고 맑게 자라서

어제 할머니가 만난 마르셀처럼 오늘들을 추억하며 행복한 인생을 살아지기를!!!

 

은비의 고등학교 첫 개학날을 기념하여.

축하하는 마음의 꽃다발과,

사랑넘치는 응원을 보내며.

 

(내 가슴이 벅차오르네요. 기뻐서...감격스러워서... *^_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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