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은비 내리는 날 '평화다방'엘 갔어요

eunbee~ 2013. 6. 13. 17:11

Cafe de la Paix !!

파리의 '평화다방'을 아시나요?


우리애들이 '평화다방'이라 즐겨 부르는 '카페 드 라 페'에 갔어요.

오페라 가르니에를 가거나, 루브르에 갔다가 일본라면을 먹고싶어 이 부근 골목으로 접어들 때,

큰딸네 집에서 바스띠유를 거쳐 오페라로 올 때,

아니면 갈르리 라파옛이나 쁘렝땅백화점엘 들를 때면 항상 지나치는 곳이라, 나는 물론

파리지엥들도 여행자들도 드나들기 편한 길목이지요.


메트로 오페라역 출입구에서 본 카페 드 라 페. 초록 차양이있는 부분. 호텔의 레스토랑으로도 쓰여진다고 합니다.


비가 와요.

은빛으로 빛나는 가느다란 비가 얼굴을 간지럽히며 내려요.

말 그대로 은비銀雨예요.

메트로 오페라역에서 올라와 윗 사진을 찍는데, 

은비는 항상 떠들썩한 오페라 앞을 고요롭게 잠재우려는 듯 조용히 내리며

아주 작고 보드라운 몸으로 나를 살짝살짝 애무하고는 사라지던 걸요.

하루종일 이런 비가 내려줬으면 얼마나 좋을까..했지요.

은빛 보슬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났어요.



카페 안으로 들어서니 몇몇 커플들이 가벼운 식사를 하고 있더군요.

이곳 Cafe de la Paix엔

모파상, 에밀 졸라, 앙드레 지드, 폴 발레리 그리고 사르트르와 보봐르도 자주 앉아있던 곳이라지요.

금세기엔 단골손님 알랭 들롱은 물론, 플라시도 도밍고,존 트라블타도 이 카페를 자주 찾았다고 해요.


세상에는 카페를 가는 사람과 카페를 가지 않는 사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카페를 가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우월하다.


오모나나~ 이런말을 누가했대요? 조르주 쿠트린이라고요?  다행이네요. eunbee라는 닉을 사용하는

여인이었다면 아마도 모든 블친들이 몰매하러 달려오느라 바빴을텐데...ㅎㅎㅎ



오른 쪽 살롱에서 커피를 마실까 두리번거리다가

테라스로 나왔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려면 테라스가 좋거든요.

오늘은 eunbee도 이곳에 앉아 사랑스럽게 내리는 은비를 보며

지나가는 세상사람들을 바라보기도 하고, 은빛 비랑 실컷 속삭이려고 유리막음이 없는

자리를 골라 앉고 카페알롱줴를 주문했어요.

바람에 날려온 은비가 내 테이블 위로 소르륵소르륵 내려 앉아요.

얼마나 좋은지.ㅎㅎㅎ



왁자한 소리에 건너다 보니, 비껴맞은 편 오페라극장 계단에서는 기상천외한 퍼포먼스가 벌어졌어요.
검은색 숏팬츠에 노란T셔츠를 유니폼으로 입은 30-40명의 노래패거리?가 빈손으로 악기연주 흉내를 내며
노래를 부르더군요. 오페라역 계단을 올라올 때부터 그들은 마치 자전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는 듯한 몸짓으로
3열 종대로 줄맞춰 올라오더니 오페라 계단에 줄맞춰 앉아서 그러한 연주를 했어요.
그래도 심벌즈를 연주하는 사람은 진짜 심벌즈를 지참했던걸요.ㅎㅎㅎ


파리는 하루도, 한시도, 그 어디서라도, 심심할새가 없어요.

파리에 오면 '평화 다방'에서 느린 시간을 가져보세요

'에드가 모랭'은 이렇게 말했대요.

'카페는 프랑스인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오아시스다.'

eunbee는 이렇게 말했다죠?  

'카페에 앉아서 느린 시간을 보내는 때가 가장 파리다운 시간이다.' 하하하




토마 페르슨이란 사람이 노랫말과 작곡까지 한 평화다방 주제곡 들어보실래요?

Au Cafe de la Paix. 평화다방에서.ㅎㅎㅎ

노래도 페르슨이 불렀다네요.


카페 드 라 페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나는 그댈 기다릴테요.

눈에 띄지않는 모자를 쓰고 

외투도 화려하지 않아요.


내 앞에  신문을 놓아 둘게요.

나의 신문을 내 앞에.

당신은 나를 알아 보겠죠.


당신이 늦는다면 나는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있겠어요.

내가 지루해지지 않도록 달래주기 위해서.





그림이 그럴듯하죠?

그대께서도 '카페 드 라 페'에 앉아 연인을 기다린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들어보세요. 노래 참 귀엽잖아요.^*^


이 카페는 오페라 가르니에를 설계한 바로 그 '샤를 가르니에'가 설계를 했다네요.

오페라 가르니에 바로 앞에 있으니 온 세상 사람들이 모두 발걸음을 하게 돼있어요.ㅎㅎ

나는 지나가면서 이 유서깊은 곳엘 들어가 멋진 만찬을 먹어봐야지,라는 야무진 바람 때문에

그날을 학수고대하다가 이제서야 들어가 봤어요. 이렇게 커피한잔 마실거면 진작에 들어올걸...ㅎㅎㅎ

하긴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북적거려서 이핑계 저핑계 붙였는지도 몰라요.

파리의 카페는 언제나 북적댄다는 걸 모르는 것처럼. ㅋㅋㅋ

.

.


팁으로 토마 페르슨Thomas Fersen의 노랠 한 곡 더 들려 드릴게요.

무단 훔쳐온 장물이지만,ㅋㅋㅋ 

재밌어요.




Thomas Fersen - Deux Pieds(두 다리)


사람들은 나를 게으름뱅이라고 해.

그저 지가 하고 싶은 일만 할 뿐인.

한마디로 별볼일 없다는 거지.

사람들은 날보고 백수라고 해.


미안해.

내가 가진 거라곤 두 다리 뿐

내가 가진 건 그냥 두 다리 뿐이라구.

정말 미안해.


설겆이는 쌓였고

바구니에 빨래는 넘치고

머리는 수세미, 수염도 덥수룩...하지만

난 커피를 마시러  갈거야.


미안해

내가 가진 거라곤 두 다리 뿐

내가 가진 건 그냥 두 다리 뿐이라구.

정말 미안해.


길거리에서 일꾼들이 일하면

난 그들을 보는 걸 좋아하지

근데 사람들은 나한데 말하지

비켜주삼~ 빨리 청소해야 해욧.


미안해 

내가 가진거라곤 두 다리 뿐

내가 가진 건 그냥 두 다리 뿐이라구

정말 미안해


그녀는 말하지

내가 폭탄같은 머리를 하고 늦게 왔다구말야

그녀는 가구들을 바꿔놓기를 원하지만

난 그걸 할려고 있는 사람이 아냐.


미안해

내가 가진 거라곤 두 다리 뿐

내가 가진 건 그냥 두 다리 뿐이라구.

정말 미안해


** 한심한 파리지엥답군.^^  한심한 녀석. 데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