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비네 정원엔 파랑새가 와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파랑새가 아니라 연두새예요.
봄이라서 그런지 파랑새들은 이곳 벚꽃나무에 앉아 자주 사랑을 나눠요.
쏘공원에 있는 파랑새들 중 한무리가 이곳에 마실나오는 것 같아요.
울음소리는 별로예요. 모양새가 어여쁘면 목소리가 그저 그런 것 같아요.
한국 가수들은 제외하구요. 그들의 미모는 성형덕인가?ㅎㅎㅎ
뭐~ 나른한 목소리의 멜랑꼴리한 음색을 지닌 마리린 먼로도 있기는 했지만요.ㅋ
눈내리는 날엔 하루종일 와서 앉아있었어요.
삼삼오오 날아들었다가는 어디론가 다녀오곤 하더군요.
춥지도 않은지, 숲으로 가서 몸을 좀 녹이면 좋으련만...
폭설이 오던날 오후 내내 파랑새들이랑 놀았어요.
나는 창밖 새들을 보고...
새들은 우리 거실을 들여다보고...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놀았지요.
연두새가 맞지요?
우린 이새를 파랑새 또는 앵무새라고 불러요.
내가 이곳에 오는 새들은 왜 울지를 않냐고 했더니, 작은딸 하는 말이 "앵무새는 몸으로 울었다."라는 말이 있기 때문이니
너무 보채지 말라네요. 하하핫.
하기사 요즘 이 앵무새?들이 자주자주 몸으로 울고 있는 모습을 봐요.
그들의 알卵 또한 연두색일까요?
'물새는 물새라서 바닷가 모래밭에 알을 낳는다' 이런 詩, 중학교 때 배웠어요,
연두새들은 어디다가 알을 낳을까요.
은비네 정원이었으면 좋겠어요.^*^
은비네 정원에 놓아둔 장기 두는 한량들이에요.
새가 울거나 말거나 오거나 말거나... 늘 이렇게 앉아있지요.ㅋ
참새도 오고, 참새보다 훨씬 작게 생긴 아주 예쁜 새들도 오고
목에 벽돌색에 가까운 주황빛 스카프를 두른 작은 새도 와요.
배는 하얗고 등은 갈색인 새도 오고, 까마귀도 오고 비둘기도 오고, 멧비둘기만한 새도 온다우.
온갖 새가 날아들어요.
그들이 노랠 부른다면 얼마나 행복한 정원이 될까요.
그러나 그들은 조용히 포르르~ 날아들어 깃들다가 또 금세 날아가 버려요.
작은새들은 한무리가 단체로 와서 숨바꼭질을 하다가 가구요.
이 녀석이 티티새예요.
당겨서 찍었더니 커다랗게 보이는데, 참새의 두 배쯤 되는 크기지요.
목소리~ 죽여줘요.^*^
이 새의 이름을 모르던 세월에 나는 휘파람새라고 불렀어요. 목소리가 맑은 휘파람 소리보다 더 예쁘지요.
아주 멀리까지 들려요. 주로 새벽에 울고요.
잔디밭이나 풀밭 위를 콩콩콩 뛰어다니며 무언가를 열심히 쪼아먹지요.
다른새들은 안그러는데, 얘들은 먹을 것을 엄청 찾아다녀요.
감기 걸린 까마귀가 이상한 소리로 꺼르르르르 꺼걱 울었어요.
작은 따님이 일갈했지요. " ㅈ~ㄹ~ 울려면 좀 이쁜 소리로 울지 가뜩이나 안이쁜 것이 감기까지 걸렸나벼~" 하하하핫
오늘 아침엔 저 감기걸린 까마귀가 부엌 쪽으로 와서 우는데 목소리가 좀 나아진걸 보니 감기가 나아가나 보래요.ㅋㅋ
은비엄마 진짜 웃겨요.
세상이 뒤집어지거나 잘 굴러가거나 말거나
이집 까비는 팔자좋게 자기 털만큼 보드라운 알파카이불 위에서 늘어지게 자다가
새소리가 나면 창문을 뛰어넘어 정원으로 나가요.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다가 들어오지요.
까비 조차 울지 않아요.
새도 까비도 가끔 아주 가끔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고작이지요.
은비엄마는 또 한마디 해요. "까비는 이제 반벙어리가 됐나봐~"ㅋㅋ
나무위에서 뒤뚱거리는 새를 보면 "저 새는 다리가 사팔이(사팔뜨기)인가? 왜 저래 나뭇가지도 못잡아~" ㅎㅎㅎㅎ~
이렇게 은비네 정원엔 고요로운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은비메메는 시간만 나면 창 밖 새들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앉아있다우. 새들이 즐겁게 노래 불러주기를 기다리며....
사팔뜨기에 반벙어리라도 좋으니 노래나 불러보렴.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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