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두막 편지

대설주의보 내린 오후

eunbee~ 2012. 12. 5. 21:41

 

 

2012년 12월 5일 열한시를 넘기자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정오를 지나자 대설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두세 시간만에 발이 푹푹 빠질만큼의 많은 눈이 쌓인다.

 

친구에게 눈길에 미끄러져 뽀얀 엉덩이에 퍼런 도장찍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눈밭으로 나간 나는, 겨우 두어 컷의 사진을 찍자마자 엉덩방아를 멋드러지게 찧었넹~ 에잉.

엉덩이 털며 일어서면서 친구의 장난끼 어린 표정을 생각한다.ㅋㅋ

 

'너나 잘하세요~' ^&^

 

 

 

 

 

요기서 넘어졌는뎅~^^

저 엄마랑 애기가 나를 바라보고 웃고 있었지.

눈 속에 묻혀있는 인조석의 비스듬한 경사를 잊고 있었다.

늘 다니는 단지내의 길이건만....ㅠ

 

 

불과 보름 전 쯤

노랗고 붉은 단풍으로 아름답던 아파트 앞 산책길이 흑백톤으로...

계절의 변화, 숨차다.

 

 

 

 

 

 

 

 

 

 

 

 

 

집을 나선지 한시간이 가까워 온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바람도 분다.

장갑이 없다.

 

 

 

돌다리 끝으로 건너간 여인은 카메라가 대포만큼 앞이 길죽한 근사한 사진기다.

여기저기 정조준하며 사격에 바쁘시다.

에구구~ 디카 달랑 들고 나온 나는 그나마 배터리가 다됐다고 빨간신호가 깜빡깜빡.

되돌아 가자. 나머지는 저 대포같은 카메라의 여인이 잘 담아 가겠지.

 

 

 

난데없이 번쩍 터진 플래시 불빛을 마지막으로

내 디카는 절명했다.

아쉽다.

 

 내집 가까이 오자 바람이 몹시도 불어와

나무 위에 쌓였던 눈이 휘몰아치며 흩날린다.

'오모나~ 저 예쁜눈이 모두 흩어져 내리네.'  제행무상이로다~

 

내겐 첫눈.

눈밭을 헤매며 첫눈 맞이한 오후.

 

어느해 겨울, [쇼팽,파리에서]를 포스팅하며 만난 뛸르리정원에서의 눈보라가 생각나기도..

어느해 겨울, parc de sceaux의 멋진 설경이 생각나기도...

지난 겨울, 은비네 뒷정원 푸른잔디 위에 내려앉았던 고운 눈이 생각나기도...

 

눈밭을 헤매어도 파리가 그립다.

 

 

사진 : 2012. 12. 5  오후 4시 부터 5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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