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가을이 깊었네요

eunbee~ 2012. 11. 25. 03:40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멈추어 있는 가을을 한 잎 두 잎 뽑아내며

저도 고요히 떨고 있는 바람의 손길을 보았어요

생명이 있는 것들은 꼭 한 번 이렇게 아름답게 불타는 날이 있다는 걸 알려주며

천천히 고로쇠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만추의 불꽃을 보았어요

억새의 머릿결에 볼을 비비다 강물로 내려와 몸을 담그고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깔깔댈 때마다 튀어오르는 햇살의 비늘을 만져보았어요

알곡을 다 내주고 편안히 서로 몸을 베고 누운 볏짚과 그루터기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향기로운 목소리를 들었어요

가장 많은 것들과 헤어지면서 헤어질 때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살며시 돌아눕는 산의 쿨럭이는 구릿빛 등을 보았어요

어쩌면 이런 가을날 다시 오지 않으리란 예감에

까치발을 띠며 종종대는 저녁노을의 복숭앗빛 볼을 보았어요

깊은 가을,

마애불의 흔적을 좇아 휘어져 내려가다 바위 속으로 스미는 가을햇살을 따라가며

그대는 어느 산기슭 어느 벼랑에서 또 혼자 깊어가고 있는지요

 

詩 --- 도 종 환 [깊은 가을]

 

 

 

작은 산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공원에서...

 

 

자주 가는 도서관 옆에는 낮은 산으로 오르는 오솔길이있습니다.

그 길은 늘 나를 궁금하게 했었지요.

오늘은 도서관에 앉아있지않고 그 낮은 산을 올랐어요.

상수리나무잎이  떨어져 수북히 쌓였어요.

정상 벤치에 누워 하늘을 봤지요. 헐벗은 나목들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쓸쓸했어요.

봄날에는 나무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얼마나 포근하다고요.

늦가을 잎지는 숲은 슬픔이더군요.

가지에 남아있는 잎들이 가끔씩 한 잎 한 잎 바람에 포르르 날아 내려요.

가야할 길이 어디인줄 알고 기꺼이 떠나는 모습이 대견합니다.

 

숲길은 여러갈래였어요.

이리저리 벋은 오솔길을 따라 길 끝을 가늠할 수 있는 곳까지 가봤답니다.

그래서 이젠 그작은 산의 오솔길들은 어디로 이어지고 어디로 향하는지 모두 알게 되었어요.

한시간 반쯤에 모두 알아낼 수 있었으니 참으로 작은 산이지요.

낙엽이 쌓인 오솔길은 예닐곱 갈래가 되던데요.

 

어느 오솔길에는 까치들이 모여앉아 시끄럽게 우짖고 있기도 해요.

바로 정수리 위에서 깍깍거리니 올려다 봐도 보이지도 않아요.

바람과 까치와 가끔씩 흩날리는 나뭇잎과 그리고 바스락대며 걷고 있는 나 뿐인 작은산에

해거름녘 회색빛 그림자가 드리웁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 매직타임을 좋아하는 나지만 산속이라서 서둘러 내려왔답니다.

도서관 뒤 작은 산, 오늘에서야 그 궁금증을 풀어냈습니다.

가을이 무척이나 깊었다는 것도 보았답니다.

 

 

2012.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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