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이가을도 갈대숲에서

eunbee~ 2012. 11. 18. 18:29

 

 

 

갈대밭에 오면

늘 인생의 변두리에 섰다는

느낌밖에는 없어라

하늘 복판은 여전히

구름이 흐르고 새가 날지만

쓸쓸한 것은 밀리어

이 근처에만 치우쳐 있구나

 

사랑이여

나는 왜 그 간단한 고백 하나

제대로 못하고

그대가 없는 지금에사

울먹이면서, 아,흐느끼면서

누구도 듣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소리로

몸채 징소리 같은 것을 뱉나니

 

詩 ...박 재 삼  [갈대밭에서]

 

 

 

 

아들이랑 예전 살던 마을 근처엘 왔다

늦가을 오후, 바람은 스산하고 차거웁다.

내가 좋아하던 강마을로 오랜만에 함께 산책나온 아들의 어깨가 쓸쓸해 보인다.

늘 어디론가 날아가려는 의지로 펄럭이던 날개를 접어 두어서 일까.

그의 날개가 활짝 펴져라~ 항상 기도하던 내 기원의 향방이 바뀌어가고 있어서 일까.

현실이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체념의 훈련장 같은 것.

 

엄마에게 갈대숲을 보여주고 싶어서 나온 나들이를

마냥 즐거운 마음으로 발길 옮기지 못하는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애쓴 오후.

이곳 근처를 차를 몰고 달릴 때마다 엄마랑 함께 와야지,하고 별렀다는 아들 말에

먹먹해지는 미련맞은 내가 야속해지던 시간.

 

세찬 하늬바람에 흔들리어 뒤채이는 갈대는

노란햇살을 은빛화살로 바꾸어

푸른 하늘로 쏘아대고 있다. 

 

내가 함부로 쏘아올린 화살들은 어드메에 가 박힌 걸까. 에혀~

 

 

 

2012. 11. 18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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