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사흘 이야기

eunbee~ 2012. 9. 25. 17:27

 

 

제주 여행 나흘 째, 아침부터 비가 온다. 태풍이 온다고 하니... 이렇게 얌전히 내려주는 비가 다행이다.

서귀포로 나가서 골목골목 찾아들어 막내올케님이 인터넷에서 발견했다는 '소반'이란 한식집엘 갔다.

 

 

중문인가? 중앙동에 있는 소방서인가? 어디 소방서인지^^ 그 뒷편에 얌전하게도 자리잡은 파란대문집.

 

 

출입문에 드리워둔 감물 먹인 커튼이 정겹다.

 

 

일인당 8000냥의 한식상차림. 된장찌개맛도 그럴듯하고, 콩나물이 밑에 깔린

돼지고기 두루치기는 들깨를 갈아넣어서 걸죽하고 고소한 맛이 특별했다. 자신감 넘치는 주인양반의 말보다는 밑반찬들이

그 맛은 수수했지만, 착한 가격에 비하면 훌륭한 밥상이다. 묵은김치에 싸여서 익혀나온 고등어조림도 괜찮았고

구수한 메밀차가 인상적이다.

 

 

거하게 식사를 하고, 시에스 호텔 별채의 커피숖을 찾아들었다.

떠가는 배, 날아다니는 새, 일렁이는 파도를 보며 음악을 듣고...바쁠 일 없는 우리는 다시 망중한에 빠져들어...

 

 

음악 듣다가 걷고 싶으면 밖으로 나가서 주변 산책을했다.

 

 

이제 외돌개 입구까지 택시를 타고....

올레 7코스 일부구간을 걷는다.

 

 

 

 

 

 

 

 

얘가 외돌개

 

 

 

 

 

바닷가에 이러한 계단식 밭이 있다니....

 

 

 

어느 팬션의 조각작품너머로 비에 젖는 바다가 보인다.

 

 

볼라벤에게 시달린 나무들은 제빛이 아니었다.

바닷가의 소나무도 모두 병충해를 입은 듯 붉게 변했고, 종려나무도 저렇게 누렇게 시들어 축쳐져있다.

병충해 때문이 아니라 태풍 때문이라는 말에 안심했지. ㅎ

 

 

올레길을 걷고 어둑어둑할 때 중앙시장인지 중문시장인지, 아무튼 시장으로 와서

횟집을 찾았다. 막내동생네가 제주에 올 때마다 찾아오는 맛좋고 싱싱하기로 유명한 횟집이란다.

뱅에돔은 물론이고 들러리로 나오는 음식들도 굉장하다. 성게도 숱가락으로 떠먹을 만큼 많이 나오고

전복도 푸짐하고, 소라회, 굴, 싱싱하다못해 달큰하기까지한 고등어 구이, 나중에 둘이먹다 하나가 사라져도 모르는

전복 볶음밥은...캬~전복이 검고 푸른 밥 속에서 뒹굴뒹굴... 그곳 제주산 막걸리와 쏘맥과 곁들인 이횟집의 음식은 최고였다.

다 먹은 후에 이저녁식사를 스폰서한 막내동생에게 잘 먹었다고 전화했더니 하는 말

"그집 전복볶음밥 정말 맛있지?"였다. 막내동생은 뱅에돔회보다 전복볶음밥이 더 인상적인가 보다.

 

** 로뎀님의 질문으로 서귀포시장 통나무횟집이란 횟집이름을 문의하던 중, 자리돔이 아니고 양식이 안되는 뱅에돔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았음. 나는 뭘 먹어도 그것이 뭔지도 모르고 먹는 맹꽁이에, 머리가 나쁘면 메모라도 하며 살지..ㅠ 그것도 안함.ㅋㅋ

자리돔은 서비스로 나온 들러리였다고 함. 하하핫. 막내동생이 옛날옛날 한옛날에 후배들에게 태능숯불갈비(쇠고기)를

대접했더니, 다 먹고 난 후배들이 그 돼지갈비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하더라고 하더니..내가 그짝 났네.ㅋㅋ **

 

 

식사후 이중섭 거리를 어슬렁 어슬렁~~ 그러다가

버스타고, 택시타고, 우리들의 숙소로 돌아왔지롱.ㅎ~ 그런데 택시기사 아저씨들 대부분, 기분이 개운치 않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매~~~우 유감!!!

 

 

여행 닷새 째

꾸무리한 날씨, 리조트 레스토랑에서 뷔페로 아침식사를 하고..

아침식사 후 산책은 매우 길었다. 오늘도 역시 일정은 간단하니까, 쉬엄쉬엄 섭지코지를 즐긴다.

 

 

 

뭘까? 말똥? 소똥?

파도에 밀려온 해초였다.ㅎㅎㅎ 길까지, 집앞까지 겁도 없이 달려와서 앙큼시리 앉아있는 해초들.ㅋㅋ~

 

 

 

 

파도가 부서지는 해변 검은돌 위에 앉아 오래오래도록 먼바라기를 하다가

'민트'에 가서, 예약해 두었던 일요일 런치를 해약하고, 케익과 커피와 한끼 식사보다 비싼 생과일쥬스를 주문하고...

 

 

와인잔들에서는 투명하고 영롱한 음악이 연주되는 듯...환청이 들리고.

 

 

안도 다다오 아저씨의 건물에 앉아 레스토랑'민트'의 커피향을 즐기며 한가롭게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자~ 오늘의 산책을 위해  쇠소깍이라는 요상한 이름을 가진 곳을 향해..

 

 

 우람한 바위들이 험하고 깊은 계곡을 만들어 둔 거친 지형이있어서 나는 깜짝 놀랐다.

아니? 제주에도 이런 계곡이??  계곡에 담겨있는 물은 깊고 푸르러 중국 어느 골짜기에서 만난 풍경을 연상케했다.

푸르른 물이 흘러가는 곳, 그곳이 바로 바다였지. 그 바다와 이어진 계곡에서는 카약놀이도 한다는데...태풍때문에 잠시 중단.

 

 

우리 일정엔 카약도 있었는데...에잉~ 아쉬움을 달래며 올레코스를 따라 보목포구를 향해 걸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고, 그러다보니 안내까지 맡게 된 막내올케는 여행기획 베테랑에 매우 센스있고 눈높은 사람이라서

우리의 여행은 얼마나 행복하고 보다 윤기나고(먹고 잠자고 듣고 보는 것들이...) 막힘없었는지. 그녀의 친구와 나는

너무너무 흡족하고 즐거워서 매일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는... 전설같은 사실!!!

 

 

 

보목포구 가기 전에 제주의 특별한 메뉴 뚝배기 등으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기 위해 찾아든 집.

 

 

'돌 카페'

 

 

비가 오지않아서 다행이다. 올레코스 6코스, 쇠소깍과 보목포구를 걸었다.

 

 

태풍에 초절임이 된 종려나무들.

제주에 오면 이 나무들이 나를 얼마나 설레게 하는데.... 가엾고, 아쉽다.

 

 

저 산이 한라산일까? 아닐까? 이야기하며...ㅋㅋ

길옆의 이름모를 나무와 꽃들과도 이야기하고, 가다보니 이주일씨의 별장이었다던 투위크라는 커피집은

문을 닫았고....태풍때문에 모두들 일찌감치 철수를 했나 보다.

 

 

 

 

어진이네 횟집 마당 끝에 매어둔 줄에는

오징어나 물고기들을 말리고 있어야  제대로 된 풍경일텐데

태풍'산바' 소식 때문에 이곳 역시 일찌감치 모두 거두어들였구나.

 

 

태풍이 온다는 바다를 바라보며 어진이네 횟집에서 물회를 먹고

 

 

버스가 있다는 정류장에 오니 숲너머 멀리 황혼이 깃든다.

 

 

 

휘닉스 아일랜드로 가기위해 서귀포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이제 막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피하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사방은 어둡고

우리는 어느 낯선 마을에서 버스를 내려 택시를 타고 숙소로 오는데...에잉~ 또 기분이 언짢았어. 택시기사 땜시~

농담인지 뭔지...사투리 섞어가며 정말 대답하기 싫은 말을, 대답할 때까지 하더라는...정말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ㅠㅠ

 

여행을 계획한 막내올케는 계획할 때부터 렌터카를 이용하자했으나, 운전을 할 사람이 막내올케 뿐이니 생략하기로 했다.

나는 내 차만 운전할 수 있는 겁쟁이에 맹꽁이, 30년 가까운 무사고 운전자. ㅎㅎㅎ

하루 이용비로 엿새 동안 대여해 준다는 매우 좋은 조건의 렌터카 주인양반의 호의도 물리쳤더니

제주에서 우리가 이용한 택시 기사의 대부분은 참으로 기분을 언짢게 하는 분들이었다.

 요금 때문이 아니라, 그 농담인지 뭔지...개운찮은 말 때문에...어느분은 농담을 윽박지르며 한다.ㅠㅠ

아직도 한국은 여자들만, 또는 여자 혼자 여행하기에 매우 나쁜 조건에 놓여있지.

여자를 비하하고 농담 걸어오고 추근거리는 못된 버릇을 가진 남자들이 많아.

차라리 유럽에서가 훨씬 혼자 여행하기가 좋아.

그곳에선 많은 사람들이 보호해 주잖아. 에잉~ 이런말을 나누며 우린 숙소로 돌아왔다.

 

 

여행 엿새 째

태풍 '산바'가 제주도를 상륙할 날이 바로 내일이란다.ㅠ

아침에 바다로 나가서 밀려오는 파도 구경을 했다.

사진엔 별 효과가 없군. 바람 속에서 눈도 잘 뜰 수 없게 바람이 불어오는데, 사진기 들고 비바람과 맞섰다.ㅋ

얼굴을 때리는 심한 바람이... 밀려오는 파도가...쏟아지는 빗줄기가... 몸을 흔드는 비섞인 바닷바람이.. 좋았다.

 

 

막내올케랑 그녀의 친구는 얌전하게 숙소에서 창문너머로 바다를 보며...

바다가 보이는 방은 하루에 3만냥을 추가 지불해야 하니.... 이렇게 창 밖 바다풍경을 즐감해 줘야쥐? 하하핫

 

레스토랑으로 가서 마지막 날의 성찬을 여유롭게 즐기고...

가방을 챙기는데, 가기 싫어~라는 말들을 서로서로 입밖으로. ㅎㅎㅎ

 

 

호텔 로비에 마련된 모니터에서 기상정보를 보며

우리는 공항으로 가는 리무진을 기다린다. 하루 일찍 고향 앞으로 갓!! '산바'가 그렇게 말했다.

우린 말잘 듣는 뇨자들~ 그래서 무사히 집으로 잘 돌아왔다는...

꿈 같이 즐겁고 상쾌했던 여행 이야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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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여행을 내게 선물해준 막내올케님께

진심으로 감사와 사랑의 말을 전합니다.

 

"나 또 데려가 줘~~"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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