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이틀 이야기

eunbee~ 2012. 9. 20. 08:49

 

 

하루,

 

휘닉스 아일랜드 뒤쪽에는 바닷물이 쏙 들어온 곳이 있다.

바다 깊이는 얕고, 파스텔톤의 여러가지 푸른빛깔이 아련히 번져오는 물빛은

꿈결처럼 흔들린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은빛 고기가 팔딱팔딱 뛰어올라, 프레임속으로 고기를

낚아보느라 시간 가는줄 모른다.

 

 

리조트 레스토랑에서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잠시의 식후 산책으로 해변으로 나간다.

에메랄드빛으로, 은빛으로, 사파이어빛깔로... 바람에 흔들리는 물빛을 바라보다가

인수씨가 먼저 물속으로 들어가 해초랑 고동이랑 놀면서 우리를 유혹한다.

물 속으로 들어가보니 수영복 차려입고 와서 수영하고 싶어진다.

수영하자했더니, 사려니숲에 다녀와서 오후에 하자고 한다. 에잉~^*^

 

 

 

 

택시를 타고 사려니숲길에 왔다.

삼나무가 울창한 이 길은 환상코스. 와우~~~

 

 

막내올케랑 그녀의 친구랑 삼나무숲이랑...참 잘 어울리네.^*^

 

 

제주도 산간에 이런 계곡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지.ㅎㅎ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물이겠지? 어이하야, 육지의 산계곡에만 물이 흐른다고 생각할까. 난 한참 무식해.ㅠ

나는 제주도를 손바닥만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릴 때부터 잘못 입력된 고정관념. 지도에서 맨날 쬐끄맣게 그렸으니까..ㅎㅎ

 

 

삼나무 숲길에서 자주 만나는 길가의 작은 꽃. 다정하고...예뻐서... 자꾸만 눈이 간다.

 

 

이곳에서 30분동안 가만히 누워있고, 누워서 명상하고 단전호흡하고.

일어나서 근처 숲 속을 한바퀴 헤매고.

 

 

 

 

 

삼나무가 많던 일본의 어느 산자락도 생각나고

노르웨이 숲이라는 말을 괜시리 떠올려 보기도하고.

 

우거진 삼나무의 매력은 대단하다. 감탄 감탄~~

 

 

레스토랑에서 들고 나온 삶은 달걀도 먹고, 보온병에 장만해온 커피도 마시고...

미리 준비해온 올레꿀빵도 바나나도 먹었지?

사려니숲길에는 식당도 카페도 없다고 단단히 준비해 온 우리인수.쎈스쟁이~

 

이 숲길을 우리는 하루종일. 놀멍쉬멍~~

 

 

 

아쉽게도 산책길가에 끝도없이 늘어서 있는 이 산수국이 이미 지고 있었다.

산수국, 내가 예뻐하는 꽃. 어쩌다가 뒤늦게 핀 꽃 몇송이를 만날 수 있었다. 산수국 만개하는 계절에

사려니숲길을 걷는다면 아마도 은하수길을 걷는 것 같으리라.

별처럼 맑고 어여쁜 산수국이랑 삼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은 얼마나 멋질까.

 

 

 

우리는 얼마나 놀멍쉬멍했던지, 10km 쯤의 거리를 너댓시간 걸려서 걸었다. 하핫

1에서 시작, 10 지점으로 나간 우리는 이번엔 버스를 타고 이리뱅뱅 저리뱅뱅 제주도의 동쪽을

헤매다가 성산항구에....

 

 

버스에서 어느 하얀수염을 길게 휘날리는 남자가 좋은 식당을 안내한다기에 우리의 계획을 접고

수염긴 할아버지의 차를 파킹해두었다는 성산항까지 갔는데...그 분의 차가 시동도 걸리지 않는다.

우릴 태우고 온 버스기사도 그분의 차를 바라보며 웃고...우리도 웃고...

다시 그버스를 타고 되돌아 나와 우리의 계획대로 오조리 다리를 건너

오조해녀의 집(제주엔 [해녀의 집]이라는 음식점이 천지)에서

전복죽을 먹고.... 택시타고 리조트로...ㅎㅎㅎ

 

 

오조리 다리를 건너며, 그 할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이다리를 건너며 멋진 황혼을 볼 수 있었을텐데...

인수씨는 아쉬워하고, 나는 그래도 이런 풍경이 어디야? 하면서 사진찍느라...ㅎㅎ

 

 

 

 숙소에 오면 자정엔 호박으로 변하는 신데렐라의 꽃마차가

항상 우리의 귀가를 재촉한다.ㅎㅎ

 

 

이틀,

 

우도.

우리는 배를 타고 우도엘 간다.

 

 

섬 모양이 누워있는 소같아서 우도라 한다는데, 우도에 가면 馬島가 아니었나?,하게 된다. 하항~

 

 

 

6.18㎢의 우도엔 모래색이 세가지가 있다는군.

검은모래, 하얀모래, 그리고 그 유명한 홍조단괴해빈의 뽀얀 모래.

동굴이있는 이곳은 검은모래. 모래찜질을 하면 만병통치라는군. 아무튼 제주도는 매직!!에 보물이얌~^^

 

 

이곳은 홍조단괴해빈. 제주 본섬과 우도 사이의 바다물 속에 서식하는 해조류가

오랜 세월동안 돌처럼 굳고 바스러져 만들어낸 모래란다.

 

 

우리는 이해변 모래위에서 한참을 누워있다가, 한무리의 수학여행 학생들의 왁자한 소리에 떠밀려,

기분좋은 해변의 망중한을 접고 올레길을 걷기로 했다.

등이 차곰차곰한 것이 참 좋았는데... 그런데 햇볕이 강해서 내 팔이 새까맣게 탔다우.ㅠㅠ

 

 

붉은흙, 검은흙, 하얀흙이 있는 제주도는 그 땅위에 심겨진 작은 작물들만 바라보고 있어도 좋다.

검은 돌담으로 경계를 이룬 밭에서 파릇파릇 무엇인가가 자라고 있는 풍경도 진풍경.^^

참으로 아름다운 풍경이다.

 

 

 

 

 

우도 일부는 올레길 코스 1-1.

 

 

인수씨는 올레길 표지돌 위에 올라서서, 이런 표시가 없으면 이 말똥밭이 올레코스인줄 모를거야,라며...

우린 말똥밭도 올레코스에 넣은 사람들이 참으로 마음에 든다면서, 말똥을 요리조리 피하며 즐겁게 걷는다.

 

 

아, 제주에서 말똥이나 주우면서 살아볼꺼나.

근데, 누가 나를 고용이나 해줘야 말이지.ㅠㅠ  걍~봉사활동 무보수로 해도 좋은데...

진짜로 그런 생각 하게 된다. 제주에 가면...

 

 

말똥밭을 지나 해변으로 와서 먼바라기를 한참동안...

하늘빛 물빛 바람빛깔은 금방 금방 변한다. 일초의 머무름도 없이.

 

 

 

 

성산항으로 떠나는 우도 선착장에 오니 마지막배만 남았다.

조금 더 늘청거렸으면 큰일 날뻔했네.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우리 숙소가 있는 섭치코지에서 보면 180도 회전된 모습의 반대편이 보이지.

 

 

비가 후두둑.

금새 비바람이 되어 몰아친다.

등대 비슷한 구조물을 이용해서 바람을 피하며 고아들처럼 오두마니 앉아 20분을 그렇게 비바람 속에서...

'산바'가 온다고 뉴스에서 난리부리기 시작했다.ㅠㅠ

 

왔다.

우리를 싣고 떠날 배가 왔다.

 

그리고 우리는 택시타고 숙소로 돌아와 맥주마시며

친구가 챙겨온 휴대용 스피커에서 흐르는 모짜르트와 시벨리우스를 들으며, 페르귄트를 이야기하고,

웅산을 이야기하고, 각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남은 밤을 보내고... 더 남은 밤을 코~잤다는... 행복한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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