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칠월칠석이 오면

eunbee~ 2012. 8. 24. 07:50

 

어제 저녁의 산빛

 

 

어제는 처서였고요. 오늘은 칠월칠석이랍니다.

절기는 정확하네요. 처서가 지나니 아침저녁 공기는 한결 선선해졌습니다.

거짓처럼 오늘 아침엔 매미도 잠잠합니다.

그리도 아우성치던 매미들은 모두 어디로 간걸까요.

신기합니다.

 

산빛깔도 많이 노오래지긴 했어도 어제저녁 황혼녘에 찍은 것이라서

노란 기운이 더욱 짙게 보인답니다.

 

 

오늘 아침의 산빛

 

오늘아침 구름낀 하늘 아래서 본 먼 산빛은 제색깔로 담겼어요.

그렇다해도 한여름의 무성한 푸르름이 한풀 꺾였습니다.

 

 

어제 저녁놀

 

 

칠월칠석이 되면 엄마 생각이 나요.

 

칠석날이 오기전에 엄마는 장독대를 말끔히 청소를 하시죠.

그리고 며칠동안 새벽으로 정한수를 떠놓습니다.

칠석날이 되면 엄마는 단정하게 참빗질해 머리를 다듬고 맑은 옷을 차려입고

햇과일과 기정떡을 차려놓은 장독대 앞에서

소지를 올립니다.

 

하얀 한지를 몇번 곱게 접어서 손에 들고 단정히 장독대 앞에 서서

기도를 올린다음 한지에 불을 붙이고 타오르는 불꽃을 경건히 바라봅니다.

잠시 타오른 한지는 금방 재가 되어 엄마의 손에서 떠나갑니다.

 

내엄마가 그렇게 기도하는 것을 보고 우리 형제들은 자랐습니다.

자식 위해 그리도 정성스리 기도를 올린 것이겠지요.

우리 6남매는 그러한 엄마의 간절한 기원으로 이렇게 잘들 살고 있답니다.

 

칠석날이 오면 언제나 엄마 생각이 나요.

견우직녀 이야기보다 까치들의 오작교 보다 내게는 곱고 경건한 내엄마의 기도모습이

더욱 짙은 칠석날의 전설로 새겨져있습니다.

 

 

 

 

 

그리도 힘차게 울어젖히던 매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내엄마처럼 아들 딸 잘되라고 기도올리던 한평생을 마치고 하늘로 갔을까요?

 

칠석날 아침 공기는 마냥 선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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