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1일 토요일, 아들부부가 상추랑 고추랑 방울토마토를 가지고 왔다.
아들 친구가 자기집 옥상에서 농사지은 것들이란다. 해마다 얻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름이면 서너번씩 여러가지 쌈채소를 가져오고, 가을엔 토란도 가져온다.
서울하늘 밑, 빌딩숲에서도 이렇게 농사를 잘 지으니, 아들친구의 노고를 알만하다.
쌈채소들을 씻다가 애벌레를 한마리 만났다.
에구머니나~ 반가운 것. 투명한 초록색 몸을 가진 여리디여린 애벌레는
굼실굼실 잘도 기어다닌다. 그릇에 담아 두었더니 새까만 응가도 대여섯 방울....ㅎ
은비가 이름을 지어주자 한다. 내가 짓지 말자고 했다.
이름지어주고 이름불러주면 어디론가 가버린다고...지난번에 만난 야미처럼...ㅠ
그래서 이애는 이름도 없다.
7월 24일 . 녀석이 채소잎을 돌돌 말고 은둔생활을 시작했다.
이사진은 8월 2일 사진이다.
그릇에 담아두고 푸른잎 채소들을 함께 넣어주었더니
이틀쯤 후에 이애가 행방불명이됐다. 주위를 살펴보니 식탁의자위 방석에 올라앉아 있었다.
전생에 양반이었나 보다.ㅋㅋ 그날 저녁무렵 이애가 또다시 행방불명.
은비랑 나는 주위를 몽땅 찾아보고 뒤져보고 털어보아도 없다. 아니 엉금거리는 주제에 어딜 간거얌?
그릇속의 푸른잎을 뒤적였더니 잎사귀 뒷면에 착달라붙어 있었다. 요런~ 귀여운 녀석.
그저녁 채소잎 뒷면에 붙어있던 녀석은 다음날 아침엔 그 채소잎을 돌돌 말고 그 속에 있었다.
아~ 나방이가 되려나 보다. 잘 보살펴야 겠네,라고 은비랑 이야기를 하고
그릇속에 잘 두었다. 매일 이리뒤적이고 저리뒤적이며 열심히 보면서...
보살필 일도 없다. 그 속에서 뭘하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보이지도 않고 변화도 없고 기척도 없으니...
저애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오려나.
나오기나 하려나?
나비야, 어서 날아오르렴.
그런데 나방은 그렇게 날아오르는 건가?
알 수가 없네. 명문 국민학교를 나왔음에도...ㅠ
(내가 졸업한 국민학교는 소읍에서도 젤루 클 뿐아니라, 몇십년 후 현재의 유엔사무총장을 배출했으니
명문 아니던가!!! 하핫)
염천에 이애도 더우렷다. 그러나 돌돌말린 잎속에서 녀석은 영~기척이 없군.
나비야, 날아라~
무더위엔 신선한 채소들이 최고야요~~ ^&^
아들친구가 농사를 제법 잘 지었어요. 해마다 호강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우. 이렇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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