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그로브숲

여름이가 병원에서 하룻밤을...

eunbee~ 2011. 8. 7. 00:42

아들네가 자식처럼 생각하며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는 마르티스 잡종(실례 ^^)이랍니다.

남들이 이 강아지는 족보가 어찌 되냐고 물으면 아들은 "유러피언"이라고 대답한다우.

유럽인들은 거의가 잡종이라고....하하 (또한 실례 ^^)

 

열세 살 엄마개는 겨울이고요. 열한 살 아들개는 여름이에요.

겨울이는 명랑쾌활에 먹보, 사람을 좋아해서 아무나 따라가요.

여름이는 귀공자의 모습에 비실이..다리가 길어 비쩍마른 하얀 노루같아요.ㅋㅋ

母子가 모두 특이체질에 알러지가 있어, 먹이도 특수한 것을 먹여야만 탈이 나지않지요.

 

아들네가 유학을 갔을 때도 함께 유학을 했고

아들네가 직장따라 외국에 있을 때도 함께 타국생활을 하던, 명실공히 가족이지요.

그렇게 애지중지(사람들은 저렇게 잡종으로 빈티나게 생긴 평범한 개를 왜 저리 위하나...코웃음섞인 비웃음을 던질지도 몰라요.)

보호를 받고 사는 모자母子개들은 툭하면 병원행이에요.

 

사흘 전에는 비실이 귀공자 여름이가 죽을 것같이 힘없이 누워서 맥을 못추니

아들네는 또 놀라서 병원으로 달려 갑니다.

늦은 밤이라 24시간 문여는 병원을 찾아 입원을 시키고 왔습니다.

심장병 약을 먹은 것이 나쁜 결과를 가져와서, 입원시키고 여러가지 검사를 해야 한답니다.

24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온 여름이는 다시 컨디션이 좋아졌습니다.

 

아들네가 동물병원에 갔더니, 어느 노부부가 안고 온 강아지가 죽기 일보직전이더랍니다.

강아지에게도 사람들에게처럼 산소호흡기에 모든 의료시술을 실시하며, 결국 죽어가는 모습 앞에서는

노부부는 울고, 의사와 간호사는 경건?하고 숙연한 자세로 오랫동안 강아지를 보고 있더랍니다.

 

죽은 강아지들은 보호자가 원하면 화장터로 간답니다.

20만원 가량의 경비를 지불하면 화장을 해서 유골함을 건내 준다네요.

그러면 그것을 집에 간직해 두고, 함께 했던 강아지와의 사랑을 추억하며 지내는 사람도 있고

묻어주는 사람도 있답니다.

 

아들네 겨울이도 심장이 약해져서 심장병 약을 먹는지 3년째입니다.

겨울이는 유학을 하고 있을 적에 암 수술도 했었지요.

성격이 명랑하고 긍정적이라서 오래 버티며 아직 그런대로 활발히 살고 있는 것이라고 의사는 말한다네요.

심장약을 먹는 강아지들은 대부분이 3년 쯤이면 한계에 이른다고 합니다.ㅠㅠ

 

여름이도 이제 심장병을 위한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비실거리고 우울증있고 허약한 여름이는 그약을 견디지 못하나 봅니다.

병원에 다녀오면 며느리는 울어서 붉어진 눈으로 들어오고,

아들은 시무룩하니 아무말이 없지만, 그 깊은 슬픔과 걱정과 안타까움이 표정에 드리워져있어

내마음이 무너집니다. 강아지도 안타깝고, 저런 마음을 갖게 되는 아들과 며느리가 너무도 안쓰럽습니다.

 

그러나 또한 이런 맘도 드는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오두막 가을이는 돌보는 이 없어, 너무도 슬프고 외롭게 죽어갔으니, 겨울이 여름이보다 더욱 가엾다고...

그리고 가을이에게 너무도 미안하고 미안해집니다.

 

에혀~~~

사는 게, 정이란 게, 왜 이다지고 슬픈것인지...ㅠㅠ

 

겨울이와 여름이가 심장병 약을 먹으면서라도 명랑하게 행동하고 귀염을 떨어서

자기 오빠 언니(울 아들내외)를 한숨 쉬지 않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 아들이 [절망]이란 제목으로 이메일로 내게 보낸 떠도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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