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은비네 이사 준비는?

eunbee~ 2011. 5. 9. 17:53

 

중개사무실과 우리가 볼 집의 푸른대문

 

은비네는 조만간 이사를 해야한다.

파리에서 소문난 일류고등학교 학군으로 이사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벌써 두달 째 이사갈 집을 찾고 있다.

 

대문 위 문양

 

인터넷에서 가고 싶은 집을 찾아내어, 문의를 하고, 서류를 제출?한다.

은행관계서류(수입에 대한). 보증인에 관한 서류(2-3명의 보증인) 재산에 대한 증빙서류. 납세증명서 등등

서류 봉투를 보면 묵직하다.

 

건물 전면 모습

 

돈이 있어도, 가고 싶은 곳, 살고 싶은 곳을 내마음대로 골라 잡을 수 없는 것이

이곳 세입자들의 어려운 점이다. 그동안은 별조건없이 집이 좋으면 학군 따지지않고 이사했으니

이렇게 어려운 것인 줄 모르고 살던 은비네는, 이번에 속상한 일이 많았다.

 

19세기 말에 지어진 고풍스런 프랑스식아파트

 

이방인들이 겪어야 하는 상황들을 이번에 이래저래 겪고, 느끼게 되어, 상심도 크고

맥도 빠졌나 보다. 남들이 인종차별 운운하면, 왜 그런 생각하고 사느냐고 말하던 은비네가

이번에 집 문제(좋은 학군, 좋은 동네)로 크게 상처를 받은 것 같다.

 

'세 놓습니다'라고 쓰여진 집이 우리가 볼 집.

 

학군 좋고, 주택 조건 좋은 곳을 찾아내어 서류 보내놓고, 집을 보여달라고 하면

이방인이라서 집을 보여주는 것 조차 꺼리는 집주인도 있어서, 20년 가까이 모르고 살았던

이방인의 서러움을 조금은 알게 되어, 은비의 장래 걱정까지 하는 은비엄마 말을 듣고 있는 나는

참....속상하고, 안쓰럽다. 자기는 이제 이나이에 살만큼 이곳에서 적응하고 살았지만

앞으로 은비는 그런 대접과 차별 속에서 어쩌겠냐고...은비 걱정이 태산이다.

 

육중한 나무대문을 밀고 들어가면...건물 현관

 

그런 차별적 시선을 이제 겨우 느꼈나 보다. 한국인은 그저 한국에서 사는 것이 최고야~라면서,

은비는 어떻게 하지? 한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니니...프랑스에서 살아야 하는데..어쩌지? 걱정을 한다.

일류학교(프랑스에서는 국공립학교가 일류이며, 그중에 앙리4세고등학교, 루이 드 그랑 고등학교,

그리고 안토니에는 라 꺄날고등학교가 꼽힌다)가 있는 학군으로 이사를 준비하던 은비엄마의 시름과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처가 되나보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정나미 떨어진 이나라 세금정책과 노동자 우선 정책에

골병들어 했는데, 설상가상 은비학교 문제로 이사도 마음대로 안되니, 이 나라에서 살기가 싫어지나 보다.

 

대문의 잠금장치

 

그나저나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강구해야 하니, 집을 보러 다닌다.

아무리 자기가 가고 싶고 경제적 바탕이 되어도, 집주인이 집조차 보여주지 않으면 말짱 헛거다.

건내준 서류를 세심히 살펴보고, 연락을 준다. 은비네가 저항받는 유일한 사항은 이방인이라는 것. ㅠㅠ

이런 우라질레이션, 시베리아시키 같은 경우가 있나. 하하핫.  망할느무시키 프랑스 우익분자들~

 

좋은학군의 좋은동네에 있는 집 주인이 은비네에게 집을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동안 연락 온 집을 여러곳 보았으나, 맘에 들어하지 않다가, 이번에는 모든 조건과 집 자체까지

마음에 드는지라, 최종적으로  나랑 함께 집을 다시 살펴 보러 갔다.

 

현관 바닥의 타일로 새겨진 문양

 

공인중개사무소에서 연락이 온 집이다. 세입자와 집주인이 다이렉트로 커넥트하는 경우도 있고

복덕방?을 통하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으로 거래를 하건 중개소를 끼건 간에, 완벽한 서류는 필수 조건이다.

서류가 갖추어져야  그 서류를 검토한 후에 집을 보여준다.

 

대리석 현관 벽과 천정 일부

 

파리의 본토배기들도 가기 힘들다는 일류고등학교 학군으로 가는 것은 포기했다.

중학교 때부터 보내려고 눈독들인 라 꺄날의 학군에, 고풍스런 멋진 집을 보고 오더니, 그집으로 가고 싶다고

마음에 점찍어 두고 있었는데, 집주인이 이사 와도 좋다는 연락을 보내왔다.

 

 

은비엄마는 이미 보고 온 집이지만, 입주 합의를 본 상태이니, 다시 한 번 더 자세히 살펴보러 갈 때엔

나랑 함께 갔다.  1896년에 지어진 고풍스럽고 전형적인 설계의 프랑스 전통 공동주택(프랑스식 아파트)이다.

은비이모네가 사는 집이랑 같은 설계이며 같은 연대의 주택.

 

사람 맘이라는 것이 참으로 요상하다. 이사 오라는 말을 듣고 다시 가서 자세히 보고 오더니

화장실도 맘에 안들고, 엘리베이터는 왜 그리 협소하며, 난방비는 또 얼마나 나오려는고...하면서 투덜거린다.하하하~

자기가 진짜진짜 꼭 가고 싶은  집은 보여주는 것조차 하지 않아서 그렇게나 속상해 하고

프랑스에서 사는 것을 한심해하고 자존심 상해하며, 은비 걱정까지 곱하기 해 가면서 한숨을 쉬더니...ㅋㅋ

아직도 그집에 대한 아쉬움과 집주인에 대한 자존심 상함이 앙금처럼 남아 있나 보다.

 

 

동네 좋고...학군 좋으니, 이집으로 이사하기로 마음을 정했으나,

그래도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보려는 마음도 내심 버리지 않고 있다. 집주인은 6월 1일자로 이사를 와주었으면 한다.

프랑스에서 이사하기는 참으로 복잡하군.

돈만있으면 거의 모든것이 마음대로 해결되는 한국은 살기 편한 나라~

 

현관 벽 아래 부분

 

한번 이사하면 나갈 때까지 집세의 변동이 거의 없는 이나라는 세입자 천국인줄 알았더니

이방인에게는 걸림돌이 바위덩이보다 더 큰 태산만한 것이 놓여 있구나.

매년 집세(이곳은 100% 월세.전세란건 아예 없음)는 1년 단위로 조금씩 오르는데, 그 액수는 매우 적다. 껌값보다 적다.ㅎㅎ

 

공동주택 현관에 마련된 우편함

 

프랑스에서는 이사를 해서 다시 이사가지 않는 것이 매우 경제적이고 현명한 판단이다.

16구(파리의 압구정동이라할까?)에 사는 큰애 시누이는 20년 쯤을 같은집에서 세를 살고 있는데,

모든 조건이 시누이네 집이 훨씬 좋은데도 12구(잠실 정도?)의 큰애네 집세보다 싸다.

왜냐하면 큰애네는 이제 10년이 넘었으니, 임대날짜가 최근일수록 월세는 오르니, 비싼 월세로 계약이 되고,

오래전에 계약된 집은 당초 계약했던 금액에서 매년 오른다해도 매우 적은 액수로 오르니까

한집에서 오래 사는 것이 좋다. 월세를 올려 받기 위해 기존세입자를 나가라고 하는 일은 없다.

주인이 들어와 살지 않는 한, 세입자는 몇십년이고 살 수 있으니, 이사할 때 신중하게 선택해서 이사할 일이다.

 

현관에서 또하나의 문을 밀고 들어서면 엘리베이터와 다용도실이 있는 장소. 다용도실 문에는 커튼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은비네에게 매입할 것을 아파트소유회사에서 연락을 해왔다.

기존 살고 있는 세입자에게는 시중가보다 매우 싼 가격에 넘겨주게 되어있을 뿐아니라, 우선권을 주어 '노~'라고 해야

시중에 내놓는다. 은비네는 이아파트를 살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한 결과, 학군도 그렇고 동네도 그렇고

여러가지를 고민한 결과 사지 않기로 했는데, 기존세입자에게는 25만 유로,  타인들에게는 호가 30만 이상이다.

그러니, 기존 세입자에게 큰 혜택과 우선권까지 주고 있으니, 매우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제도라고 말할 수 있다.

 

계단과 좁은 엘리베이터.엘리베이터문은 슬라이딩이 아니고 양쪽으로 반씩 접히는 것,ㅋㅋ

 

계산 철저하고 명확한 작은딸은 계산기 여러번 두드려 보더니, 밑에 돈이 숨을 못쉴만큼 돈이 남아 돈다면

사놓고 월세 받는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집 건사하려면 세금은 또 얼마나 내야할 것이며, 그 세금내고 은행 이자갚을 돈으로

그냥 월세 살고 있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한 일이라고 한다.

 

3층에 오르니, 우리가 볼 집의 현관문

 

조만간 이사를 간다. 이집에서 9년을 살기로 계획하고 왔으나, 아파트소유회사가 매매하기로 했단다.

그래서 계획했던 9년을 2년 남겨두고 이사 준비를 한다.

작은딸이 살고자 계획했던 동네와 집을 찾는 와중에 입은 상처는, 20년 가까이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살면서

겪어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했던 상심과, 이나라에서의 이방인이라는 처지는 커다란 상처로 남겨지겠다.

 

안방, 각 방에는 페치카가 설치되어있다.

 

 

거실. '붉은 카펫을 깔아야 겠다고 작은애는 벌써 인테리어 구상? ㅎㅎ

 

또 하나의 방. 은비방으로 안성마춤이네

 

방 벽 한켠에 있는 붙박이장

 

욕실 가운 걸이 ^^

 

샤워부스가 오른쪽에 있는...마음에 안드는 화장실. 작은딸은 화장실과 욕실이 따로 있는 것을 선호

 

방마다 시원한 창문이.....

 

방들의 천정

 

부엌의 천정

 

방 바닥, 거실바닥은 카펫.

 

큰방의 가장 큰 창문.

모든 방에는 창문이 있어, 동서남북 모든 곳을 조망 할 수 있는 시원한 집

 

집 현관을 나와, 계단을 내려가면 창고가 각세대별로 지정되어 있다.

 

창고도 3평정도. 한살림 들어가게 생겼다. 선반도 있고....

 

프랑스의 전통양식 아파트 구경을 잘 하셨나요?

은비네가 순조롭게...은비엄마 계획대로 이사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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