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부터 파리엔
가을비가 그칠 줄 모르고 내립니다.
가을비가 오면, 겨울이 한발자국씩 다가온다죠.
가을도 이젠 떠나고 싶은가 봅니다.
오늘은, 가을 정취가 흐르는 센느강둑에 늘어서 있는
전통어린 부키니스트Bouquinistes를 소개할게요.
노트르담, 셍 미셀 부근 센느강변부터 루브르 아래까지
상자가게-내가 지은 이름-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것을 아시죠?
그 강변 둑위에 얹혀진 초록상자 가게들은 부키니스트Bouquinistes라고 해서
1530년에 최초로 문을 연, 헌 책을 파는 책방으로 시작된 가게들입니다.
프랑스어로 '서점'은 리브래리Librairie라고 합니다.그런데 헌책방의 뉘앙스로 말 할 때엔
부끼느리Bouquinerie라 말하니,Bouquinistes는 헌책방 주인들 쯤이겠지요.
이곳에는
눈밝은 사람이 와서 긴 시간 뒤적이며 잘 찾아내면 보물을 건질 수도 있는 고서들도 있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이름값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는군요.
오만가지 잡동사니를 모두 팔고 있으니까요.
장사가 안되는지 문을 열지 않은 가게도 있습니다.
문 연 Bouquinerie주인들은 손님들이 와서 헌책더미를 뒤적이거나 말거나
독서삼매경에서 깨어날 줄 모른답니다. 잡동사니를 파는 가게주인들만 바쁘지요.
이 가게 아저씨는 정말 허접한 잡동사니를 벌려놓고
물건을 가져 온-사러 온 사람이 아니고- 남자랑 이야기가 한창이었습니다.
흥정을 하는지, 가져왔던 물건을 되가져 가라고 하는지....ㅋㅋ
16세기 때, 센느강둑에 처음 시작한 Bouquinistes가 이 물건을 보았다면
놀랄 노자에 큰 대자로 넘어져 있겠죠?
헌책방은 어디가고 이렇게...에펠탑을 등에 새긴 허그꾼들이 정신사납게...
센느강엔 바토무슈가 유유히 떠가고...
책방 주인은 독서삼매에 잠기고...
죽은 이도 살아 있는 이곳. Bouquinistes~
죽은 악보도 살아 나와 노래부르는 이곳.Bouquinistes~
노랗게 찌든 책갈피에서는 곰팡내가 피어오르고
책장을 넘기면 더러는 좀이 쏠아 버린 오래된 책. 그 것들 속에서 보물같은 고서를 발견하고
만족해 하는 파리지엥들....그런 풍경을 빚는 고풍스런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을 세월엔
참으로 멋있고 낭만스러웠을 거예요.
그러나, 수많은 여행자들은 엽서 한 장을 살 수 있는 낭만을
이곳에서 즐기고 있으니, 그 또한 멋진 일입니다.
세월과 함께 헌책방은 만물잡화가게로 바뀌어 가도,
센느강둑에 늘어선 초록상자가게들은 역사와 전통을 간직하고
의연하게 있습니다.
파리만의 풍경으로 자랑스럽게.
** 사진. 2010.10.29. 센느강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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