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그림친구 할까요?

eunbee~ 2010. 11. 12. 04:07

 

 

매일 매달려 살고 있는

블방 나들이를 줄여 볼 작정을 하고,

내 나무 아래서 며칠을 줄기차게 책을 읽었지요.

계획했던 런던행도 무산되었고 마음도 수선스러워,

햇살 좋고 단풍 고운 쏘에서 무르익은 가을빛과 함께 하는 시간을 더욱 늘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림 친구하고 싶은 사람과 드디어!!! 이야기를 나누었다우.

(그동안 내가 눈독? 들였던 사람 있었걸랑요. 점잖게 앉아 그림만 조용히 그리는 모습이 신선해서.)

 

 

가끔 내나무 아래서 책을 읽다보면

저만치의 距離에서 앉아 그림을 그리던 은발의 신사가 있었지요.

그는 항상 묵묵히 앉아 캔버스 위를 스치는 붓놀림과

그림의 대상이 되는 풍경들을 바라보는 일 외에는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쏘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사진을 찍으며 수없이 말을 걸어오고, 사진작가라는 둥....

성능좋은 사진기-이건 내 판단-로 찍은 자기사진을 보내 준다는 둥...

기타 등등의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게 마련이거든요.

 

어느 잡지사에서 일을 한다는 자칭 사진작가라는 세리프라는 남자는

이메일로 사진까지 보내주기도 했는데

사람은 항상 조심해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집착하고 뭔가 수상쩍은 사람은 더 이상

곁을 두지 말아야 합니다요. 이거 매우 중요해요.ㅎㅎ

신중하게 대하고, 예의바르게 거절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야 하는 것이 사람 사이잖아요.

특히 목적있게-눈치로 감지 됨^^- 접근하는 사람은 백발백중 요주의 인물입니다.하하하

 

 

 

가끔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볼 수 있던 이 신사를 그날도 만났습니다.

'만났다'라는 것은 그림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입니다.ㅋㅋ

그날은 용기내어 곁으로 가서 그림을 한참이나 보았지요.

내가 그림그리는 일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는 조용한 웃음으로 인사말을 건내며, 책을 읽는 걸 몇 번 봤는데 근처에 사느냐고 묻더군요.

우린 그렇게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분은 수채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수채화를 배우다 말았는데, 화구는 모두 가져왔으면서 그림은 한 번도 그리지 않았다고 했더니

햇살 좋은 날 이렇게 나와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참으로 평온하고 좋은 일이라며

함께 그리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될거라고 말하지 뭐예요.

오모나~ 그림도 배우고, 영어도 배우고... 이 사건은 '대박횡재수' 입니다.

공원에 나가서 그림 그린다는 용기는 감히 엄두도 못내던 일인데요.

숱하게 꿈만 꾸던 일이지요.ㅠㅠ

 

 

 

점잖은 그림 친구를 만나서, 쏘공원이 사색의 산책길만이 아니라

그림공부의 場이며,

내가 꿈꾸던 '폼나게 그림그리며 시간 보내기' 실천의 場이 될* 수*도* 있게 되었답니다.

 

토요일 오후 날씨가 좋은 날에는 이렇게 나와서 그림을 그리니

그림 도구 챙겨와서 함께 그리는 일도 좋다고 하더군요.

관상을 보아하니, 점잖고 인자하고 맑은 분이던데....

 

그림 배우러 나가 볼까요?

신사 분의 제안이 고마웠으면서도, 워낙 그림에 초보이니...

호호홍~ 부끄러워서~*^&^* (빨개진 얼굴)

 

내가 그림그리는 일은 늘 꿈꾸던 일이고, 그눔의 여행때문에 길게 배우지 못하고

늘 도중하차하는 그림 공부를, 나의 공원 Sceaux에서

내나무 아래서 실현을 해볼까요?

 

블친님들이 응원을 하신다면...용기 내서...?!

망설망설~

 

*** 그로부터 연 2주째 토요일에 비가 오고 있다는...

그러다 보면 추워져서 그림그리다가 동사 할지도 모른다는...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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