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새벽산책

eunbee~ 2010. 7. 23. 13:01

새소리가 맑게 울려옵니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어나지요.

검은색 몸에 주홍빛 부리를 가진 새는 휘파람을 부는 듯한 영롱한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는 멀리까지 퍼져서 온 마을의 공기를 흔들어 놓습니다.

 

아침마다 그 소리에 잠을 깰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나는 그 새를 휘파람새라고 부릅니다.

휘파람새가 잠을 깨우면,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침대에서 한동안 새소리를 감상하며

맑고 투명한 공기와 새소리의 어울림을 만끽합니다.

한참 후에 구구구~ 비둘기가 쿡쿡거리지요.

나는 침대밖으로 나와 산책준비를 합니다.

 

아직 거리는 어둡고...

나란히 줄지어 선 가로등 노랑불빛이 따스하게 번져오는 거리를 걷습니다.

새벽 다섯시가 지난 시각.

첫기차/메트로/는 덜컹거리며 레일위를 달립니다.

객실엔 사람들이 거의 보이질 않습니다. 너무 이른 새벽에 첫기차는 텅빈 객실을 매달고

파리를 향해 미끄러져 가고 있습니다.

불켜진 기차객실을 바라보는 감상은 늘 애잔한 그리움이 실려있습니다.

 

몇 십분을 천천히 걸어 조그만 역앞에 당도합니다.

간이역같이 조그만 베르니역.

노랑불빛이 다정한 조그만 역에 천천히 들어온 기차가 정차를 합니다.

예닐곱 사람이 내립니다.

파리쪽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이 새벽에 부지런해야 하는 승객들은 어디로 무엇을 하러 가는 걸까요.

 

싸~한 공기를 마시며 검푸른 하늘을 바라봅니다.

아직 여명이 저만치서 서성이고 있는 시각

마침내 가로등이 꺼지는군요.

고요로운 마을은 더욱 고요로움속으로 침잠합니다.

동틀무렵의 맑은 고요로움은, 그 맛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신선한 행복감이랍니다.

 

이제 거리는, 하늘은, 사위는 밝아져 옵니다.

거리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자세히 살핍니다.

7월 어느날 부터 9월 어느날까지 매주 토요일 일요일엔 쏘공원 샤토에서 음악회가 있답니다.

나는 마음속에 잘 입력해 둡니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 다섯시 반이 되면, 쏘공원 샤토에 가서 음악을 들을 생각이지요.

 

보잘것 없는 작은 집에 꽃을 예쁘게 가꾸어 놓은 집주인에게 존경을 보내기도 하고

내가 자주 가는 '아트 드 빵' 이라는 빵집은 공사중이니 한동안은 맛있는 빵을 사는 일은 어렵겠구나 중얼거리며

집으로 향합니다. 어디선가 백합향기가 강하게 풍겨옵니다.두리번 거리며 꽃을 찾습니다.

안토니의 거리에선 항상 꽃향기가 번져옵니다.

코를 벌리고 흠~흠~거리며 심호흡을 합니다.

 

집 가까이에 왔습니다.

은비네 아파트 울타리는 온통 쥐똥나무로 뒤덮였는데 향기가 없네요.

자세히 살펴봅니다.꽃이 필 것인지 이미 져버린 것인지 확인을 하지요.

어머나~ 이를 어째~

쥐똥나무꽃이 이미 져버린 것같네요.

내가 한국을 다녀온 6주동안에 쥐똥나무의 향기는 먼 하늘가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향기인데.....

내년에는 맡을 수 있을까..????  헤아려봅니다.

 

새벽, 한시간 여의 산책을 이렇게 마칩니다.

새벽의 싱싱함과 신선함과, 여명이 가져오는 신비로움을 느껴보는 것은

깊은 산 속에 맑게 고여있는 달디 단 샘물의 맛보다 더욱 영롱하고 신비롭습니다.

 

이렇게 행복은 도처에서

작고 작은 것들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더보기

휘파람새

진짜 휘파람새는 이렇게 생긴 참새과 라네요.

그럼 그 까맣고 예쁜새 이름은 뭘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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