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작은 사위가 와요.

eunbee~ 2010. 3. 26. 19:15

 출장갔던 작은사위님이

오늘 저녁비행기로 온답니다.

메신저로 자주 짧은 수다를 떨지만, 그래도 1주일이나 휴가를 받아 온다니

반갑고 기쁩니다. 은비가 제일 좋아하지요.

하루하루 날짜를 꼽으며 아빠 올 날을 세고 있습니다.

작은사위님의 출장이 아주 긴 출장이거든요.

 

 

참으로 수상쩍은 이 그림은

작은사위님이 그린 자화상이에요.

20년 가까이 함께한 세월동안 이 사람이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일이 없다는

그의 아내. 

그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나역시 모르겠어요.ㅎㅎㅎ

세상에 태어날 때 이미 도를 닦고 나왔는지...

은비는 아빠의 왕팬입니다.

 

 

 

이 집 벽에 매달려있는 한심한 그림들 중 몇작품이라우.

십 수년을 죽지못해 이렇게 벽에 매달려있는 그림들은 이제는 아무도 관심도 없습니다.

그림공부를 한 이들 부부가 그래도 그림공부한 티를 내느라 매달아 놓았을 겁니다요.ㅎㅎ

아래그림은 100호가 넘는 커다란 판대기에 벅벅~ 휙휙~ 그린 그림으로

벽한켠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지요.

 크다고 시선을 끄는 건 아녜요. 이렇게 커도 아무도 안봐요.ㅋㅋㅋ

 

 

 그래서 이 불쌍한 그림을 이렇게 세상 만방에 소개합니다. 푸하하하~

이 그림들이 좋아할 거예요.

 

 

 은비네집 소품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까마귀.

이 녀석은

그 어느 여름날, 부르따뉴지방으로 온가족이 여행갔을 때 생 말로에서

내가 안고 온 녀석입니다.

나는 까마귀를 무척 좋아해요.

까마귀는 참으로 철학적이거든요.

 

가장 인상깊게 새겨진 까마귀는 런던타워에서 만난

5도각도 옆으로 걷던 녀석이에요.

그 녀석이 지금도 잘 있나모르겠네요. 그를 만난지 이미 스무여섯해가 지났거든요.ㅠㅠ

내 마음속에 영원히 새겨진 그 까마귀는 나랑함께 살고 있으니

이미 저세상으로 갔다해도 서럽지는 않아요.

생명이 있는 것들의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인걸요.

 

 

 

 

그제는 구름이 약간 끼인 날인데도

공원에 나가서

행복을 낚고 있는 가족을 만났습니다.

 

나도 울아빠랑 저렇게 해봤으면...

하고 마냥 부러워서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겠노라고 했지요.

 

행복을 누릴 줄 아는 사람은

행복을 표현할 줄도 압니다.

 

저 커다란 덩치의 아빠뒤에

귀여운 아들이 숨어있는 걸

몰랐다우.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해도...

 

 그런데 요렇게 몇걸음 걸어 가다보니

아빠옆으로 귀여운 꼬마가

나를 보고 방긋 웃더라구요.

그래서 물론!

또 한 번 찰칵~

 

사진을 보여줬더니

와~하며 좋아했어요.

공원을 걷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에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서 고개를 돌리니

예쁜 이녀석이 나를 향해

손키스를 날려보내고 있더라구요.

오모나~ 귀여운 것.

가서 안아주고 싶었지만, 덩치큰 아빠가 옆에 계셔서

단념했어요. 나도 손키스를 날리며

행복에 젖은 마음 안고 돌아섰지요.

 

 

 

행복은 어디에나 숨어있으며

행복은 나눌줄 알고 느낄줄 아는 사람의 몫이고,

행복은 아주 작은 것에 깃들어있습니다.

 

오늘은 내 작은사위님이 오는 날.

은비가 행복해 하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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