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법정스님의 생전 모습중에
아래 사진속의 모습이 참 좋다.
스님에게야 세월의 때가 묻어날리 없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숱한 세월의 주름이 모습위에 얹혀있는 사진도 많다.
십 수년 전, 어느 가을날
송광사에서 열리는 '출가 3박 4일 수련회'에
참가하여 묵언 정진 수련을 했었다.
그 때, 혼자 산길을 올라 스님이 사시던 불일암엘 갔었다.
주인없는 빈 암자였지만
스님이 손수 지으셨다는 해우소에서
스님의 정갈함을 다시 만나고,
공산무인 수류화개空山無人 水流花開 라는 현판을 보며
나도 다음생에는 스님같이 이런 산속에서 정갈하고 고요롭게
살고 싶다는 언감생심 헛된? 생각에도 빠져보았다.
지금도 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구어낼 때에는
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국수를 삶아 산속우물물에 헹구며 한가닥 입에 넣어볼 때의
행복함을 이야기하시던 스님.
참으로 소박하고 아름다운 영혼으로
내 영혼을 일깨워 주시던 스님.
오늘 입적하셨댄다.
슬프다는 마음보다
제행무상의 순리를 확인하는 듯하여
나를 다시 점검해 보게 되는 소식이다.
"만나서 행복했고 고마웠다"
류시화님이 전해준 스님의 입적 며칠 전의 말씀이시다.
'만나서 행복했고 고마운' 모든 인연들이
사는 동안 나를 얼마나 행복하고 풍요롭게 하는가.
나의 인연을 소중하고 귀히 여기며
내 남은 세월을 순하게 살고 싶다.
그래서
세상인연 다 하는 날
행복하고 고마웠던 내 인생을
나의 인연들에게 회향廻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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