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무소유' 법정 스님 입적
연합뉴스 | 입력 2010.03.11 14:02
방금 인터넷뉴스속보에서 이런 제목을 만났습니다. 기사내용은 없네요.
큰스님의 입적이 더없는 허망함을 불러옵니다.
제행무상!!!
-이 글을 포스팅하고 닷새가 흘렀을 뿐입니다.-
오늘 인터넷 뉴스에서 법정스님께서 폐암으로 위독하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오늘 아침에
마곡사 나들이길에 아름다운 도반이 나에게 선물한 법정스님의 법문집인
'한 사람은 모두를 모두는 한 사람을' 이라는 책을 끝페이지까지 읽고
큰스님의 말씀들이 구구절절이 마음에 와 닿아
누웠던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잠시 명상에 잠겼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몇시간 후 이렇게 스님의 병환 소식을 접하고 보니, 온갖 상념이 가슴을 휘젓습니다.
법정스님의 고통스럽지않은 생의 마무리를 빌어드리며
그분의 말씀 중 짧은 구절을 옮겨봅니다.
[ 소욕지족 소병소뇌少慾知足 少病少惱
2007년 8월 27일 여름안거 해제
...........
...........
저도 늙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 탓인지 요즘에는 지나온 세월, 지나온 자취를 되돌아볼 때가 많습니다.
절에 들어와 살면서 만난 좋은 스승들의 은혜에 새삼 고마움을 느낍니다.
절에 들어와 살면서 좋은 스승들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수행자의 설 자리를 제대로 찾았을까 싶을 정도로
옛스승들의 가르침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그 중 한 분이 해인사에 계시던 慈雲스님입니다. 스님은 율사이기 때문에 제 비구계의 계사이시기도 합니다.
언젠가 한 번은 제가 드린 문안 편지에 자운스님께서 여덟 글자의 한자로 된 짤막한 답장을 주셨습니다.
'少慾知足 少病少惱'
'적은 것으로 넉넉할 줄 알며, 적게 앓고 적게 걱정하라.'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면 늘 건강하다는 뜻입니다. 이 여덟 글자 짤막한 편지글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 오릅니다.
촉이 두꺼운 만년필로 또박또박 박아 써서 보내 주신 편지의 사연입니다.
진정한 가르침에는 많은 말이 필요치 않습니다. 이 짧은 편지가 수시로 저 자신을 깨우쳐 줍니다.
..........
......... ]
그동안 법정스님의 책을 감명깊게 읽고 마음에 새기며 살아온 우리들.
스님의 깊은 병환소식을 들은 오늘 이 시각에 다시 그 많은 가르침을 떠 올려보니
새삼 고맙고 보배스럽습니다.
이 책속에는 스님께서 당신이 이세상 인연이 다해 다른 세상으로 가실 때에는
나무아래 앉아 아무것도 먹지않고 고요롭게 가시고 싶다는 말씀도 있습니다.
가실 날을 그렇게 차근차근히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잘 사는 일이 잘 죽는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지요.
소로우의 검소하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도 이야기하시고,
'잎 지고 난 자리에 새 움이 돋는다.'라는 제목의 법문에서는 스코트 니어링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시며, 웰 다잉welldying에 대한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스님의 쾌차를 비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일일까요?
제가 존경하는 스님의 병환 소식에 '삶은 무엇인가?'라는 명제로 인생을 생각해 보며
병마와 함께 하고 계시는 스님의 '아직도 꼿꼿하게 빛날 정신'을 느껴봅니다.
스님,
일어 나시어요. 그리고
맑고 향기로운 정신을, 말씀과 글에 담아 우리에게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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