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느강 곁을 거닐었습니다.
잔물결들은 석벽에 부딪히며 칭얼댑니다.
그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나그네는 조그만 소리로 강물을 달래며 느릿느릿 잔물결과 동무하고 걸었습니다.
유람선 안의 나그네들은 손흔들며, 강 뚝을 혼자걷는 나그네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더러는 사진을 찍고, 더러는 웃음을 보내고, 더러는 손키스를 던집니다.
행복한 순간들이 강물위로 두둥실 떠 갑니다.
강 곁에서 윗길로 올라와 좌안의 오르세 미술관 옆을 지납니다.
안개비는 얼굴을 간지럽히고
칼바람은 제법 매섭습니다.
비는 어느 순간 가느다란 눈으로 변했습니다.
눈인지 비인지... 그래도 우산을 받쳐든 사람은 없군요.
내 걸음은 라르고~
비가 오거나 말거나, 진눈깨비가 날리거나 말거나
내 걸음은 마냥 라르고.
한 걸음이 천리가 되어, 셩젤리제거리에 다달았지요.
그 유명한 루이비통이래나 뭐래나 하는 매장에 들러 볼 일을 보고
또다시 느린걸음으로 콩코드광장을 지나 뛸르리 공원도 지나 리볼리거리로 들어섰습니다.
모자를 하나 샀지요. 그 모자를 쓰고 다시 루브르궁으로 들어섰습니다.
아~ 어디선가 들려오는 첼로 소리.
쉴리관 아래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첼로연주에 취해있는 남자.
아베마리아의 선율을 등뒤로 하고, 다시 걸었습니다.
동전지갑에서 꺼낸 1유로 동전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등을 돌린겁니다.
1유로,
이 돈이면 Monoprix에서 까비에게 줄 Thon 한 캔을 삽니다.
네시간 가까이 걸었더니 아무리 라르고의 템포이지만 다리는 아프네요.
내가 늘 앉아서 사람구경 거리구경...강건너에서 들려오는 노트르담성당의 종소리를 듣는
카페에 들어가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마실까?
에스프레소가 2유로였었지?
2유로~
이거면 우리 은비에게 맥도널드 Wrap을 한 개 사다줄 수 있는 돈.
집에 가서 커피 마시자.
낭만의 바다에 빠져 헤엄치는 내가
오늘은 그 낭만이 다 어디로 간걸까요?
시장보는 일을 싫어하던 내가, 두어달 시장을 봐 봤더니 이렇게 짠순이가 되어갑니다.
길거리에 널린것이 낭만인데, 꼭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셔야 낭만이고
거리의 악사에게 동전을 던져야 예의냐? 하면서...푸하하하
은비방 조명들이에요
내일은 Valentine's Day!!
샤뜰레에서
은비에게 선물할 쇼콜라를 한 바구니 사고,
은비엄마가 기뻐할 꽃 한다발을 사서
행복에 겨운 걸음으로 퐁네프다리를 건넜습니다.
은비아빠는 출장중이니 돈 굳었네요. 하하하
오후 다섯시가 되니 찬바람은 더욱 세차고, 집으로 가야지 하는 맘을 먹으니
발걸음은 어느새 알레그로~ ㅋㅋㅋ
메트로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현관문을 여니, 은비가 컴앞에 앉아있습니다.
선물을 감추고 방으로 들어와 다리를 쉽니다.
아~ 포근한 집.
거리에서 아꼈던 낭만을 Valentine's Day인 내일,
은비네 거실에다가 부려놓겠습니다.
은비의 까르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우리에게 가장 멋진 Valentine's Day선물로 쏟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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