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바람속에서

eunbee~ 2010. 2. 14. 08:46

세느강 곁을 거닐었습니다. 

잔물결들은 석벽에 부딪히며 칭얼댑니다.

그래~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나그네는 조그만 소리로 강물을 달래며 느릿느릿 잔물결과 동무하고 걸었습니다.

 

유람선 안의 나그네들은 손흔들며, 강 뚝을 혼자걷는 나그네에게 인사를 보냅니다.

더러는 사진을 찍고, 더러는 웃음을 보내고, 더러는 손키스를 던집니다.

행복한 순간들이 강물위로 두둥실 떠 갑니다.

 

강 곁에서 윗길로 올라와 좌안의 오르세 미술관 옆을 지납니다.

안개비는 얼굴을 간지럽히고

칼바람은 제법 매섭습니다.

비는 어느 순간 가느다란 눈으로 변했습니다.

눈인지 비인지... 그래도 우산을 받쳐든 사람은 없군요.

 

내 걸음은 라르고~

비가 오거나 말거나, 진눈깨비가 날리거나 말거나

내 걸음은 마냥 라르고.

 

한 걸음이 천리가 되어, 셩젤리제거리에 다달았지요.

그 유명한 루이비통이래나 뭐래나 하는 매장에 들러 볼 일을 보고

또다시 느린걸음으로 콩코드광장을 지나 뛸르리 공원도 지나 리볼리거리로 들어섰습니다.

모자를 하나 샀지요. 그 모자를 쓰고 다시 루브르궁으로 들어섰습니다.

 

아~ 어디선가 들려오는 첼로 소리.

쉴리관 아래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첼로연주에 취해있는 남자.

아베마리아의 선율을 등뒤로 하고, 다시 걸었습니다.

동전지갑에서 꺼낸 1유로 동전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냥 등을 돌린겁니다.

1유로,

이 돈이면 Monoprix에서 까비에게 줄 Thon 한 캔을 삽니다.

 

네시간 가까이 걸었더니 아무리 라르고의 템포이지만 다리는 아프네요.

내가 늘 앉아서 사람구경 거리구경...강건너에서 들려오는 노트르담성당의 종소리를 듣는

카페에 들어가 뜨거운 커피를 한 잔 마실까?

에스프레소가 2유로였었지?

2유로~

이거면 우리 은비에게 맥도널드 Wrap을 한 개 사다줄 수 있는 돈.

집에 가서 커피 마시자.

 

낭만의 바다에 빠져 헤엄치는 내가

오늘은 그 낭만이 다 어디로 간걸까요?

시장보는 일을 싫어하던 내가, 두어달 시장을 봐 봤더니 이렇게 짠순이가 되어갑니다.

길거리에 널린것이 낭만인데, 꼭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셔야 낭만이고

거리의 악사에게 동전을 던져야 예의냐? 하면서...푸하하하

 

                                                                                                  은비방 조명들이에요

 

내일은 Valentine's Day!!

샤뜰레에서

은비에게 선물할 쇼콜라를 한 바구니 사고,

은비엄마가 기뻐할 꽃 한다발을 사서

행복에 겨운 걸음으로 퐁네프다리를 건넜습니다.

은비아빠는 출장중이니 돈 굳었네요. 하하하

 

오후 다섯시가 되니 찬바람은 더욱 세차고, 집으로 가야지 하는 맘을 먹으니

발걸음은 어느새 알레그로~ ㅋㅋㅋ

메트로를 타고 집으로 왔습니다.

현관문을 여니, 은비가 컴앞에 앉아있습니다.

선물을 감추고 방으로 들어와 다리를 쉽니다.

아~ 포근한 집.

 

거리에서 아꼈던 낭만을 Valentine's Day인 내일,

은비네 거실에다가 부려놓겠습니다.

은비의 까르르르~ 웃는 웃음소리가

우리에게 가장 멋진 Valentine's Day선물로 쏟아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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