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편린들

산책

eunbee~ 2010. 1. 26. 04:46

바람을 마주하고 걸었다.

바람은 나를 비껴간다.

 

오래된 골목길을 돌아

아주 작은 공원에 들어서면,

그곳 벤치에 앉아있는 바람들.

겨운 한숨을 베고 누운 나뭇잎들.

고여있던 공기를 흔드는 작은새의 날개짓.

........

내속을 흘러가는 강물소리.

 

 

바람을 손잡고

다시 걷는다.

헐벗은 나무 잔가지끝에서 햇살이 존다.

파릇한 물오름이 반갑고 애처롭다.

 

파리의 이천십년 정월겨울은 30년만의 한파라는데.

영하 7도가 한파라고,

에펠탑 승강기도 멈춘지 두 주째라며 엄살들이다.

저 잔가지를 보아라.  주춤거림없는 인내와 순응을.

  

 

햇살섞인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따스하다.

작은문을 열어 둔 이 집은 누굴 기다리는 걸까.

굴뚝엔 연기 피어오르고,

그러나...인기척은 없다.

들어서고 싶어진다.

 

울엄니가 날 그렇게 기다릴 것 같아....어쩌면....

...........

아하, 골깊은 보고픔이 흩날리는 소리.

 

환영에서 깨어나 다시 걷는다.

낯선 12번지... 그 집에

내엄마의 기다림을 닫아 두고.

 

언제나 엄마에게로 열었던 문은

그렇게 닫아 둬야 한다.

 

 

발밑이 보드랍다.

베인나무들의 속살들이 드러누워있다.

하늘을 보며 걷는다.

게으른구름이 식어가는 해무리를 새겨둘무렵

나는,

걷다가 까닭없이 허망해진 나는,  

나무끝에 매달린 눈꽃을 쓸어안고 웃었다.

 

엄마~하며 웃었다.

 

'내마음의 편린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연색 꿈을 꾸다.  (0) 2010.02.17
호밀밭을 생각하며 운하를 거닐다.  (0) 2010.02.02
세월의 무게  (0) 2010.01.08
999  (0) 2009.11.04
안녕~ september  (0) 2009.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