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쎄봉~ C'est bon !

eunbee~ 2009. 12. 2. 13:54

잠에서 깨어나서 수다방을 열고 있다.

한국은 한낮일테니, 아직도 내 몸은 한국시간에 젖어있나보다.

밤 열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네시가 지나 깨어나니 뭐 그리 나쁜 상황도 아니지만...

 

            등교준비하는 은비에게 사진 찍자했더니 겸연쩍게...^*^  은비는 사춘기 소녀가 됐어요. 

 

어제 작은 딸이랑 세무서에도 들리고 쇼핑몰에 가야할 일이 있어 외출을 했다.

'쏘Sceaux'라는 이웃 동네 세무서에 도착해서 길가 주차공간에 주차할 곳이 없어

거리를 몇바퀴 돌아야했다.

"관공서에는 주차시설을 좀 해 두면 얼마나 고마울까"

"엄마, 언감생심 이곳에서 우째 그런 욕심을.... 백화점에서도 주차비 내는 나라에서..."

 

우리나라의 편의지상주의를 떠 올렸다.

편리해서 좋은건지, 환경을 마구마구 어지럽히는 결과라서 나쁜건지...

편리함에 젖어있는 우리네는 한참 생각해 볼 일이었다.

 

주차공간을 찾지못한 딸은 적당한 곳에 차를 세우고 세무서로 가고,

노심초사 스몰에이형인 나는 아슬아슬 주차상황이 맘에 걸려 차에 앉아있기로했다.

아니나 다를까, 앞에 주차해 두었던 시청로고가 찍힌 차에 시청직원 복장의 남녀가 오더니

차를 빼려고 나를 향해 도움을 청한다. 공간확보를 위해 우리차가 움직여 주어야할 상황이다.

오모나~

나는 조수석에 앉은채 두 팔로 가위표를 그었다.

젊은 여자는 간신히 차를 돌려본다. 에이구~ 이렇게 좁은 공간을 비집고 나오기엔

아무리 주차의 달인들인 파리 사람들이라해도 무리한 공간이다.

어찌어찌 애를 쓰더니 빠져 나갔다. 내 맘속엔 미안함이 태산이다.

한국에서라면 욕을 있는대로 얻어먹고, 더 심한 사람은 삿대질을 하며 관공서의 위세를 부렸을지도..ㅎㅎ

 

거기에서 끝났으면 다행이었건만, 오모나~ 그 시청차가 후진을 하다가 분리수거함을 디립따~와장창.

하필이면 그것도 유리병 수거함을...

수거함이 넘어지고 유리병이 쏟아지며 깨지고 구르고...

내가 차 밖으로 나갔다.

발로 깨진 유리를 한곳으로 모은다.

남자 시청직원이 나와서, "쎄봉~" 괜찮다고 하며, 자기가 유리를 치운다.

오모나~ 다행이다. 욕안먹고 친절한 웃음까지 선물받고...

우리나라 관공서 사람들의 횡포?에 찌든 피해의식이 속에서 주저물러 앉는다.

우째이리도 나는 스몰에이형일까?ㅠㅠ

 

딸이 세무서 일을 마치고, 차를 몰아 쇼핑센터에 갔다.

일드프랑스죤에서는 제일 크다는 벨에삔Bell Epine이래나 뭐래나 하는 곳인데

파리교외에 위치한 쇼핑센터다.

파리엔 대형쇼핑몰을 시내에 절대 허가하지않고, 시 외곽으로 한참이나 나간 장소에 그런 시설들이있다.

없는게 없는...으리으리 삐까삐까...라파옛백화점까지 입점을한 곳이니, 규모도 시설도 내용도 볼만하다.

딸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찻잔을 사고, 옆에있는 까르프에서 냉동식품 몇가지도 담고,

나는 삼계탕꺼리 닭을 골랐다.

집으로 향해 차를 몰며, 내가 또 요런생각했다.

'이 나라는 편의보다 환경을, 대형쇼핑센터에 치이는 소상인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벌겋게 들어내놓은

주차시설을 위한 넓은 땅보다는 푸른공원과 푸른나무들을 위한 공간을....

에혀~ 우리도 그럴날이 오겠지.'

 

집에 돌아와, 오두막에서 잘 말린 대추랑, 오가피랑, 한국에서 사온 삼계탕에 넣는 한약재들이랑을 넣고

닭 두마리를 푹푹 삶아, 퇴근하는 큰딸네의 시간에 맞추어, 고소하고 향긋한 삼계탕을 맛있게 맛있게 먹었다.

파리거리 한켠에 나란히 주차돼있는 소형차들의 올망졸망한 모습을 떠올리며....ㅎㅎㅎ

 

꼭두새벽에 일어나서 쓴, 어제의 일기였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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