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빛 그리고 색채의 감동

eunbee~ 2009. 7. 4. 14:57

푸른부인,

여름이 여름다워지고 있지?

나는 이 땡볕이 못견디게 권태로운 사람이기 때문에

한낮엔 어두운 방에 앉아 옛날 영화를 보거나, 약간 밝은 곳으로 나와 책을 읽거나...

 

오늘은,점심을 먹고

Krzysztof Kieslowski 감독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을 보았단다.

네가 유학을 떠나기 전, 나에게 얼핏 얘기해 주어서, 오래전에 한번 보았던 영화.

오늘은 작정하고 앉아서 집중력있게 다시 보았지.ㅋㅋ

Krzysztof Kieslowski 감독의 영화는 집중력을 요구해, 나에게는 말야.

그가 영화에서 구사하는 빛과 색채의 언어는 그냥 슬쩍 보아서는 안되는

굉장한 것이 있거든.

 

그 감독의 영화 블루를 본 후에

나는 너무너무 그 영화가 좋아서, 유학을 떠난 너희에게 보여 주려고, 테이프에 카피를 해서

스트라스부르로 가져간 기억이 나니?

[Blue 크쥐시토프 키에슬로브스키]

비디오테잎 겉면에 이렇게 적어 갔더니

지은이가 크*쥐*시*토*프*....이렇게 읽으며, 감독의 이름을 한글로 써 온것이 참 우습다며

킬킬대던 그 테이프.

 

나는 그 블루라는 영화를 보고

빛에 대한 내 이미지와 색채에 대한 내 해석을 다시 정립했다는거 아니니?

눈으로 보여지는 색채에서, 영혼속으로 꽂혀오는 빛처럼 쏘는 색조의 세계가 있다는 것.

[블루]를 본지가, 15년 넘게 흘러갔는데도, 나는 그 영화의 푸른빛과

그 푸른빛을, 더 맑고 투명하고 영롱하게 만들어 주는 빛들이 잊혀지지않으며,

Krzysztof Kieslowski 감독의 섬세함에 감탄과 경의를 아끼지 않는단다.

 

 

 

  [베로니카의 두 개의 삶]

-나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라는게 맘에 안들어.ㅋㅋ-  그래서 내맘대로 바꾼 제목이야.ㅎㅎ

 

이 영화에서는 거울에 비치는, 또는 유리창너머와 유리창속, 그리고 레이스커튼 뒤로 겹쳐보이는

사물-인물-의 섬세하게 아름다운 영상.

유리구슬속에 비치는 동화적이고 몽환적인 화면.

부서져 내리는 빛가루들...

차창에 스쳐가는 동유럽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화경에 비추이는 모습처럼 연출한 아름다운 영상.

거꾸로 보이는 집들...별들...얼굴들...

포근하고 투명하고 깊이있는 색조로 이루어진 이 영화를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집중해서 보았단다.

권태로운 여름날의 한낮을 보내는 최고의 선택이었지. 후후후

 

Krzysztof Kieslowski 감독은 의미색채意味色彩 활용의 마술사이며, 빛의 요술쟁이야.

내가 본 그의 작품이 단 두 편 뿐이라서 더 그렇게 생각되어지는가?

아니다. 그의 세가지색 중에서 세가지를 다 봤는데, 화이트와 레드는 그냥 기억에 별로 안남았네.

뭐 영화감상이라는 게, 보는 사람의 컨디션과 집중도와 주변여건과...여러가지 조건에 의해서

조금씩, 더러는 아주 많이, 그 감동이나 감상후기가 달라질 수 있지만 말야.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내가 다시 느낀건데...이렌느 야코브와 줄리엣 비노쉬는 느껴지는 인상이 같아.

그래서, Krzysztof Kieslowski 감독은 저런 느낌, 이미지의 여배우를 좋아하나?라는 생각을 해 봤어.

이 영화와 너무 잘 어울리는 이미지를 가진 배우들이지만....

블루에서 줄리엣 비노쉬가 참으로 맑은 이미지였는데, 베로니카에서의 이렌느 야콥도 그에 못지 않더군.

벗은몸의 배꼽부위와 가슴은 왜 그리 예쁜거야. 호호홋.

얘기가 삼천포로 가고 있슴돠~ 눼~

 

 

푸른부인,

난 이런 영화가 넘넘 좋아.

Aleksandr Sokurov 감독의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영화도 정말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야.

그 영화 역시 빛의 마술이지.

장면마다가 한 폭의 그림이야. 물론 너도 봤겠지만...

 

그리고 참 이상한게...

나는 블루나 베로니카의 이중생활 같은 좋은 영화를 보면,

왜 그리도 푸른부인이 그리워 질까.

이곳에 있을 때, 그러니까 네가 대학시절 때, 엄마랑 공연물을 많이 보러다니고

영화얘기도 많이 나누었기 때문일거야.

그런것들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눈을 높여주는 푸른부인이 있어, 내 인생이 더욱 풍요로워졌음에

늘 고맙고 행복하단다.

 

오늘도 따스하고 포근한 너의 하루가 되기를 빌어 주마.

안녕~

사랑을 함께 보내며.

 

                                   2009.7.4    -에구머니나, 은비아빠 생일이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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