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Thank you,....Rest in peace

eunbee~ 2009. 7. 2. 09:58

며칠 전

마이클 잭슨이 죽었다는 비보.

어제는

피나 바우쉬가 죽었다는 비보.

이 소식은 내큰따님이 메일로...

 

 

 

***

엄마,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들며 탄츠씨어터(Tanztheater)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여

무용을 재창조한 세계 예술계의 거장, 피나 바우쉬.
피나 바우쉬가 죽었어.

내가 그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94년 아비뇽 페스티발이었지. 

Cafe Muller (78년도作)와 봄의 제전(75년도作)을 그해 여름 아비뇽의 Palais des Papes에서 재공연했는데, 

그때까지 어떤 공연을 보면서 그렇게 온 몸에 짜릿짜릿한 전율을 느끼며, 콧등이 시려오고,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린 적은 처음이었다우.  

- Cafe Muller는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 시작 부분에 나오는 작품 -

그 후로 파리로 이사오고 나서부터 Theatre de la ville (파리 시립극장)에서 매년 올리는 그의 작품을

거의 빼놓지 않고 보아오던 터였는데,...

Fin d'une partie.

현대무용에 대한 나의 눈과 마음을 열어준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네.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 여자들을 그렇게 아름답게 그려주어 고맙다고...

엄마도 무용을 했으니 나와 같은 마음이겠지?

 

****

 

 

 

어제 내큰따님은 피나 바우쉬의 사망소식을 내게 전하며,

자기를 행복한 감동으로 이끌던 거장의 죽음을 슬퍼했다.

 

내가 피나 바우쉬를 만난 것은 1994년 여름 그의 공연 포스터에서...

독일 보쿰에 있는 친지의 집, 유학생인 그의 넓고 넓은 방 한켠 벽에 붙어있던 포스터 속에서...

그리고, 영화 [그녀에게]  오프닝에 등장하는 '카페 뮐러'의 춤사위에서 그녀를 만났고,

 

 

이 영화 앤딩장면 '마주르카 포고'를 보며, 나는 마구마구 울었었지.

삐쭉삐쭉 엉덩이를 옆으로 살짝 흔들며, 뒷모습의 무용수들이 무대왼편에서

줄지어 삐죽대며,기막힌 음악에 맞춰 무대로 등장하는 그네들의 춤을 보며,

나는 왜 그리도 울었을까.

아~ '나도 저렇게 춤추고 싶다' 라는, 아직도 남아있는 춤에 대한 열망이 내 깊숙한 곳에 숨어있었다.

물론 그 영화가 나에게 몇번의 눈물을 흘리게 했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마주르카 포고'는 리스본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파두와 재즈가

어우러진 음악에 그녀의 안무로, 내 마음을 후벼팔 만큼 인상적인 안무였고, 절제된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압권 그 자체였다. 내게는....

 

피나 바우쉬의 무용과 더불어 나를 울게 한 음악.

쿠쿠루쿠쿠 파로마를 부르던 그 기타를 든 남자의 노랫소리엔 지금도 가슴이 뻐근해진다.

나는 이 영화의  OST를 집에서 가장 자주 듣고 있다.

 

 

         Caetano Veloso 브라질의 작곡가, 기타리스트, 작가, 정치운동가인 그가  [그녀에게]영화에서

          직접 쿠쿠루쿠쿠 파로마를 부른다. 얼마나 애절한지...ㅠㅠ  내 볼을 타고 내리던 그 눈물...ㅠㅠ

 

 

피나 바우쉬 Pina Bausch

1940년에 독일에서 태어나 엊그제, 그러니까 2009년 6월 마지막날에 영면하셨다.

서울에서도 공연한 바 있는 그녀는

인간의 실존을 예술로 승화시킨 현대무용의 대명사이며, 현대무용의 거장이라고 불리던

세계적인 안무가이다.

춤과 연극과 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탄츠데아터Tanztheater라는 탈장르 형식의 무용으로

20세기 현대무용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내큰따님은 해마다 그녀의 공연을 보며

기회가 되면, 엄마랑 함께 보고 싶은 공연이라며 자주 말했었는데....

 

이렇게 우리 세대의 거장들이 하나씩 둘씩 사라져 간다.

인생은 이렇게 영원히 머물 수 없는 시한부이다.

 

피나 바우쉬의 죽음을 슬퍼하는 내큰따님에게 위로를 보내며,

떠난 거장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Thank you !!!,....Rest in pea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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